‘진보’로 살아가는 건 참 어렵다
‘진보’로 살아가는 건 참 어렵다
한국에는 ‘강남 좌파’, 미국에는 ‘리무진 진보(limousine liberals)’가 있다.
입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하고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듯하지만 정작
자신은 리무진을 타고 행세하는 위선적 진보주의자들을 보수 진영이 공격
할 때 쓰는 말이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던 미 대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버몬트)이 4월 미루고 미루다가 10년 치 세금 신고 내역을 공개한 뒤에 보수
진영의 ‘리무진 진보’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부자 증세’를 들고나와 ‘백만장자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그가 알고 보니 최근
2년간 약 20억 원을 벌어들인 상위 1%의 ‘백만장자’였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샌더스 의원 부부가 지난해 미국 가구의 소득 중간 값(6만1000달러)의
9배인 56만1293달러를 벌었다”고 전했다.
대선 이듬해인 2017년엔 113만1925달러를 벌었다. 그는 “운이 좋다”고 말했
으나, ‘운빨’로 번 돈은 아니다. 자신이 혹독하게 비판했던 승자독식 사회에서
상위 1% 슈퍼스타들의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대선을 거치며 전국구 스타 정치인으로 도약했다. 미 정치
권에 드문 ‘민주적 사회주의’ 노선으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확장성과 차별성이라는 슈퍼스타의 조건을 충족했다
고 봐야 한다.
그는 여세를 몰아 대선 직후 베스트셀러 ‘우리의 혁명(Our Revolution)’을 출판
하는 등 연달아 히트작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는 책을 써서
2016년 84만 달러, 2017년 85만6000달러를 벌었다”고 전했다.
공정한 시장에서 선택을 받았다면 얼마를 벌든 비난할 일은 못 된다. 샌더스 의원
도 “베스트셀링 책을 쓴 것에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미안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NYT와 인터뷰에서는 “베스트셀링 책을 쓴다면 당신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게 어디 쉬운가. 극소수 선택받은 이들만 벌 수 있는 돈이다. 상위 1%의 독식을
혹독하게 비판하던 그가 ‘승자독식의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서서 자신의 소득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혼란스럽다.
진보 성향 작가인 크리스틴 테이트는 더 힐 기고문에서 “샌더스 의원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꼭대기에 오른,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모욕한 것을 고려한다면 그는 자
신과 다른 수단으로 돈을 잘 버는 것도 범죄가 아니라는 것을 숙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