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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실패보다 훨씬 심각한 3大 의혹

조 쿠먼 2019. 6. 22. 06:45

경계 실패보다 훨씬 심각한 3大 의혹

 

 

김태우 前 통일연구원장

군(軍)이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 15일 제 발로 강원도 삼척항 부두에 접안해서 상륙한 북한 선박과 선원들의 행적을 추적해 보면 군과 통일부가 발표한 내용이나 처리한 방법들이 영 개운치가 못하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군이 국민에게 보고한 내용에 고의성 거짓들이 포함돼 있다면, 그것이 해상경계 실패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20일 국무총리의 대(對)국민 사과와 대통령의 경계 실패 질타가 있었

지만, 책임을 우선적으로 물어야 할 대상은 군이 아닐 수도 있다.

보도를 종합해 보면, 북한 선원 4명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것은 12일 밤이고, 13일에 울릉도 부근까지 와서 시간을 보낸 뒤 삼

척으로 항해해 14일 밤을 삼척항 인근 해상에서 보내고 15일 아침

삼척항 방파제 부근의 부두에 상륙해 우리 어부들과 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광경을 목격한 낚시꾼이 경찰에 신고했고, 이어서 경찰차와 무장

병력을 태운 군병력이 차례로 현장에 도착하고 해경함이 선박을

인근의 제1함대사령부로 예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 비춰

본다면, 합참의 발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첫째, 분단 70년을 거치면서 북의 수많은 침투 도발을 당한 군이, 커

버할 바다가 넓어 파도가 높을 때는 조그마한 배를 탐지하는 데 한

계가 있음을 이제야 확인했다니 국민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그 세월 동안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다면서 무엇을 했다는 것인가?

“경비함정, 초계기, 작전 헬기 등이 정상 운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해상·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하면 그만인가?

 

정상 작전으로는 탐지되지 않는 방법으로 들어온 북한 선박이 잘못

이라는 말인가?

둘째, ‘동해상에 표류하던 선박을 삼척 인근 해상에서 예인했다’

식의 느낌을 주는 발표는 팩트와 너무 달라 의도적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북한 어선은 작지만 동력선이었고, 자가 동력으로 통

통거리며 백수십 ㎞를 남하했다.

 

게다가 14∼15일 해안 쪽 해류가 북쪽으로 흘렀다고 한다. 이를

‘표류’라 하고 ‘삼척항’이 아닌 ‘삼척 인근 해상’분위기로 발표했

으니, 어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셋째, 통일부가 서둘러 2명을 북으로 돌려보내고 선박을 폐선하

기로 했다는 부분도 그렇다. 충분한 조사를 통해 목적과 경위를

알아내고 국민에게 보고하는 게 먼저 아닌가? 선박 자체가 중요한

증거물인데 왜 그토록 서둘러 폐선하려 했는가?

 

북한이 특수부대원들을 울릉도와 동해안에 침투시킬 경로를 탐색

하기 위해 보낸 선박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이 선

박이 울릉도를 거쳐 삼척까지 올 연료를 싣고 북한을 나선 점을

 

고려하면, 침투로(浸透路) 사전 답사든 귀순이든 특별한 목적을

가졌을 수 있고, 침투로 답사가 목적이었다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 것일 수 있다. 그들은 육해공 부대와 해경까지 따돌리고

삼척항에 상륙했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은 국군이 원래 이런 군대가 아니었던 것으로

믿고 싶어 한다. 지난 5월 4일 북한이 쏜 미사일을 두고 합참이

‘탄도미사일’이라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 것은,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또는 안보리 결의 제1874호가 거론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고위층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랬을 것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군이

‘벙어리 삼룡’ 역을 맡았을지 모른다.

 

정부가 ‘남북 화해협력과 확고한 안보는 병행해야 하는 두 개의 과제’

라는 안보 정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군을 군답게 만드는 첫걸음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