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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면 불 꺼지는 삼성 R&D센터

조 쿠먼 2019. 6. 29. 06:41

오후 5시면 불 꺼지는 삼성 R&D센터

 

조선일보 박순찬 기자

 

주 52 시간제 1년의 명암
업종 특성 무시한채 52시간 적용… 美中에 신기술 추월 당할 우려

 

지난 27일 오후 8시 직원들이 빠져나간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R&D(연구·개발) 캠퍼스는 절반가량 불이 꺼진 채 적막에 빠져 있었다. 이

곳에선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인력 5000여 명이 일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연구 인력이 밀집한 경기도 기흥과 화성 캠퍼스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는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7월

부터 R&D 인력도 오전 8시에 출근했다면 오후 5시 정시 퇴근이 원칙"이

라고 밝혔다.

주 52시간제의 도입은 장시간 노동이 만연했던 한국에 일과 삶의 균형과

효율적 근로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업종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적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진다.

 

미·중의 경쟁 기업들과 불과 몇 개월 차이의 신(新)기술 선점 싸움을 벌이며,

매년 그 성과로 급여를 받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스마트폰 연구원들도 오후

5시면 일제히 실험실의 불을 끄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이러다 어느 날 갑자 기 추월당해 2·3등으로 내려앉는

게 아닐까 걱정"이라고 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부)는 "국가 생존이 달린 첨단 분야의

R&D까지 주 52시간제를 일괄 적용해선 경쟁력을 지키기 어렵다"면서 "이런

분야는 집중적으로 일한 뒤 충분히 쉬고, 성과를 낸 만큼 과감한 보상을 주는

식으로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