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 여건 더 어려워졌다면서 정책은 하던 그대로
하반기 경제 여건 더 어려워졌다면서 정책은 하던 그대로
동아일보 사설 7 월 4 일
정부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
를 갖고 경제활력 제고, 체질개선, 포용성 강화를 3대 추진 방향으로 하는 올
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하반기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산
업생산 및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국제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당분간 회
복 전망도 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부적으로는 혁신이 지체되면서 성장
잠재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올해 초 제시했던 2019년 경
제성장률 전망치를 2.6∼2.7%에서 2.4∼2.5%로 낮췄다.
일본의 경제 보복 변수가 등장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관련 품목의 생산 수출
에 차질을 빚게 되면 예상보다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정청이
이날 별도 회의를 갖고 반도체 부품 소재 장비 개발에 앞으로 매년 1조 원을 투
입하겠다고 했으나 당장 떨어진 발등의 불을 끄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경제가 어려울 것이란 어두운 진단을 내놓았지만 하반기 경제정책에 이를 돌파
할 만한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1년간 대기업의 생산
성 향상 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1%에서 2%로 확대해주는 방안이
주요 대책으로 제시됐는데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들이 이 정도 혜택에 끌려 투자
에 나설지 의문이다. 낡은 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하면 개별소비세율을 5%
에서 1.5%로 낮춰 내수 진작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는데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다.
이 정도로는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는 경제에 활력이 살아나고 경제체질이 강화
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상황이 하루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고 나라 안팎
의 사정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면 이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예컨대 공유경제 등 신산업이나 보건·의료 등 서비스산업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들 가운데 뭐라도 하나 현장에서 속 시원히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인
혁신 정책을 내놔야 한다.
무소불위인 대기업 노조의 폭력적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
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 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기업이나 소비
자들이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을 내봐야 백약이 무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