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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틀린 노무라의 예언 이번에는 현실이 되나

조 쿠먼 2019. 8. 7. 06:17

10년전 틀린 노무라의 예언 이번에는 현실이 되나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요즘 금융계에선 ‘노무라의 예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4월 노무라증권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국내외 기관 중 가장 먼저 1%대(1.8%)로 끌어내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 표면화되기 전이어서 대

다수 경제연구기관들이 2%대 중반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던 때였다.

지금 와서 다시 곱씹어보면 이 예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여전히 흥미롭다. 하나

는 하필 일본계 금융회사가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의 선두 주자가 됐다는 점

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가 있다.

 

노무라가 과감하게 성장률을 낮춘 것이 자국 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노무라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며 우리

를 놀라게 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1998년 10월 노무라증권 서울지점에서

나온 4쪽짜리 리포트다.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제목의 이 보고서가 나온 지 열 달 뒤 실제

로 대우는 산산조각이 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

년 초다.

 

노무라는 그해 한국의 성장률이 ―6%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냈다.

당시 직접 기사를 쓰면서 내 눈을 의심하고 거듭 확인을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러나 10년 전 노무라의 예측은 다행히도 크게 빗나갔다.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대부분 국가들의 성장률이 뒷걸음질하던 그해, 한국은 오히려

소폭 플러스 성장(0.8%)을 했다.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면을 애써 부각시켰던 외신

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한국은 위기 극복의 모범 사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노무라가 이번에는 뭔가 제대로 짚은 분위기다. 이

제는 ING그룹(1.4%), 모건스탠리(1.8%) 등 외국계는 물론이고 한국은행과 국내 기

관들마저도 (비관적 시나리오를 전제로) 1%대 성장률을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이 중 상당수는 앞으로 일본의 2차 보복을 계산에 반영해 전망치를 더 떨어

뜨릴 태세다. 그 폭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0.2∼0.5%포인트 정도라고 한다. 만약

이 추세대로 1%대 성장률이 확정된다면 이는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석유파동이나 외환위기처럼 경제

시스템에 초대형 쇼크가 생겼을 때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둘러댈 핑곗거

리조차 없다.

 

정부는 일본발 악재나 추경 지연 처리 등을 거론하며 어떻게든 남 탓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성장잠재력 훼손은 이미 그전부터 현실화되고 있었다. 세계 평균과의 성장

률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날아드는 비관론은 때때로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살피고 잘못된 정책을

가다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는 그

런 정제된 대응보다는 거친 비난과 변명,

 

책임 공방에 더 치우쳐 있는 것 같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노무라의

예언은 언제라도 계속 반복되며 우리의 숨통을 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