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 小貪大失 반복은 안 된다
방위비 분담, 小貪大失 반복은 안 된다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의 5배나 되는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구할 것이라고 하는 데다, 우리 정부가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같은 액수를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는 보도를 고려할 때 미국의 요구는 일관성이 있고, 따라서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동티모르에 수만 명의 병력을 파견해 둔 상태에서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했는데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미 지난 일이지만, 20 19년도 방위비 분담 협상 때 이전처럼 5년 치를 한꺼번에 결정했더라면 하 는 후회가 없지 않다.
전년보다 8.2% 증액된 1조389억 원으로 결정하는 대신에 1000여억 원을 더해 미국이 마지막에 요구한 10억 달러에 맞춰줌으로써 체면을 세워줬더 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F-35 몇 대의 예산을 증액하면 F-35 수십 대를 비롯한 막강한 미국의 전 략자산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아까워 한·미 동맹을 위태롭 게 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 미국의 ‘핵우산’이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분담금만 부담하게 됨으로써 주둔 미군의 비용을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국 가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당연히 한·일 양국을 비교하게 될 텐데, 한국의 인색함이 부각될 것 같아 불안하다. 지원 항목이 달라 비교가 쉽진 않지만,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일본은 한국의 4∼7배에 이르는 방위비를 분담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한국에 계속 압박을 가하는 것이 일본에 비해 한 국이 소극적이라고 판단한 결과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한국에서는 미 군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자신의 예산을 대체한다든지 이자놀이를 한다 는 등의 부정적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의 분담금은 미군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으로 39%, 미군 군수물자의 국내 수송에 15%, 미군 주둔을 위한 추가 비전투시설 건설에 46%를 지급한다. 자신들의 예산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공사 등의 지체로 집행이 일부 지연됐지만, 이자 수익도 없었다. 또한, GDP 규모나 미군 1인당 지원금으로 따지면 일본보다 한국이 많이 지 원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데만 집착할 게 아니라, 한·미 동맹의 안정적 관리에 더욱 주목할 필요 가 있다. 차제에 방위비 분담의 개념과 방식 변경을 미국과 협의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지원할 연도별 총액을 결정하는 현재의 방식 대신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중에서 한국이 부담해야 할 항목, 양국이 분담해야 할 항목, 미국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할 항목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항목별 지원 여부와 금액을 정해 합산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이것은 현재 일본이 적용하는 방식인데, 금액이 다소 늘어날 수는 있으나 지원의 합리성이 보장되고, 터무니없는 인상 요구를 예방할 수 있다. 들이 항목별 지원 여부와 금액을 세부적으로 협의하도록 여건을 보장하 고, 국가지도자는 그 협의 결과를 가급적 수용하는 방식을 제안할 필요 가 있다.
그래야 양국 실무자들의 합리적·현실적인 협의가 보장되고, 지도자급의 감정 충돌이 예방되며, 이견이 있더라도 한·미 동맹 전체의 동요로 연결 되지는 않는다.
나아가 국방부는 방위비 분담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더욱 상세 히 파악해 국민에게 보고함으로써 루머와 곡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방위비 분담이 한·미 동맹을 손상하는 게 아니라, 강화 하는 윤활유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쉽고, 또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 압력을 더욱더 거세게 만들었을 뿐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었던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은 큰 불협화 음 없이 방위비 분담을 잘 관리해 나가고 있다. 최근 ‘극일(克日)’이 화두 라면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도 한국이 일본보다 더 지혜롭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