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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수요와 동떨어진 국방 中期계획

조 쿠먼 2019. 8. 20. 06:27

안보 수요와 동떨어진 국방 中期계획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국방부가 지난 14일 ‘국방중기계획 2020∼2024’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약 290조 원을 투자해 많은 무기체계를 새로 도입하고 개발한다는 내용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데 사실 거액을 투자하는 국방중기(中期)계획이 그다지 새로운 게 아니다. 연례적으로 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발표하는 내용의 절대다수는 전 정부 또는 지난해 이전에

추진 중이던 것이다. 즉, 산술적으로는 20% 정도만 새로운 것이다. 따

라서 현란한 말잔치로 290조 원을 포장했더라도 그 20%만 찾아내면

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해에 비해 변화한 안보 상황에

대한 국방부의 인식이다.

신규 무기체계 도입 사업을 보면 정전탄·전자기펄스탄(EMP) 등 많은

내용이 있어 눈길을 끌지만, 새로운 것은 해군의 3만t급 경항공모함과

화력함 건조 계획이다.

 

또, 지난해에 비해 바뀐 안보 상황은 바로 북한이 최근 잇달아 발사해 개

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단거리 발사체 3종 세트에 대한 대응 능력

과 인식이다. 그런데 이 모두가 상당히 우려스럽다.

먼저, 국민이 가장 환호하고 관심을 보이는 경항공모함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무기체계가 아니다. 경항모에 F-35B 전투기 10대를 탑재한

다는데, F-35B는 수직이착륙을 위해 연료와 무장 탑재량을 대폭 줄

인 버전이다.

 

북한의 주요시설이 지하화된 점을 고려하면 관통폭탄을 사용할 수 있

어야 하는데 F-35B는 가벼운 1000파운드 폭탄만 운용하므로 관통탄

을 못 쓴다. 이렇게 한반도 전장에서 큰 힘을 못 쓰고, 주변국인 중국·

일본과의 해상 격돌에서는 더 암담하다.

 

항공모함이 핵추진잠수함의 수중 호위 없이 움직이는 것은 무모하다.

중국의 중대형 항공모함 5∼6척과 일본의 경항공모함 2∼4척에 대적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한 척을 만든다면 주변국 해군에 치명상을 줄 수준은 돼야 하고, 북한의

지하시설을 파괴할 능력은 돼야 한다. 이길 수 있는 항모가 아니라 ‘예

산 획득이 용이한’ 수준의 항모를 건조하려는 해군의 항모 사랑에 국

방력이 희생돼선 안 된다.

화력함은 5000t 정도의 상륙함을 베이스로 거기에 100발 이상의 각종

미사일을 장착해 타격하자는 것인데, ‘아스널십’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도 1996년에 계획했다가 포기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선진 해군 대부분이 구상했지만, 결국 실행에 옮

기지 못했다. 화력이 집중돼 있는 화력함이 격침됐을 때 함대의 공격력

손상이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화력함에 각종 방어 장비를 장착하게 되면 비용이 급상승해 가격 대비

효과라는 애초 목적이 무색해진다. 그렇게 누구나 생각했지만 누구도

실행하지 않은 화력함을 건조하겠다는 것인데, 화력함의 생존 방안을

확실히 수립한 이후에 추진해야 할 일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상황 판단을 제대로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

부는 계획 중인 미사일방어(KAMD) 체계로 북한 탄도탄 대응이 충

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에 발사한 변칙 기동의 KN-23을 비롯한 발사체 3종 세

트는 발사 원점은 물론, 궤도와 탄착점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KAMD 관련 많은 계획을 쏟아냈지만, 전 정부부터 진행돼

오던 내용이다.

 

그러나 올해 한반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새로운 미사일이 등장했는데

문제없다는 말이야말로 문제다. 부디, 군은 화려한 말잔치와 안보 상

황과 동떨어진 자군 이기주의 전력 증강을 그만두고 진정으로 대한

민국을 지킬 수 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