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아무나 흔드는 나라’ 됐나
어쩌다 ‘아무나 흔드는 나라’ 됐나 |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반응을 보였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16일 대변인 담화에서 경축사를 망발로 표현하며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북남대 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의 자행의 산물 이며 자업자득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브콜을 보내 온 문 대통령으로선 서운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밝힌 ‘평화경제’ 구상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 소할 노릇”이라고 한 막말에는 국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연일 쏘아대는 미사일에 제대로 반박도 못 한 이 정부가 북한 에 어떻게 보였기에 이런 막말을 듣는가. 이번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 하는 핵심 메시지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이다.
문 대통령은 납북시인 김기림의 시에 나오는 이 구절을 7차례나 사 용했다. 일본의 무역 규제로 인해 경제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강국이 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자고 제 안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일본이 우리를 흔들 수 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무역 규제가 그만큼 아프다는 사 실을 은연중에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것은 “우리가 분단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교량 국가’가 돼야 하고,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 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는 유 지되고 있으며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조롱했다. 자유도 인권도 없는 세계 최악의 빈곤집단이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흔드는 이 상황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낀다.
아베 정부의 무도한 무역 규제 때문에 우리끼리 친일·반일 논란으 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그간 극진히 환대한 북한마저 저러니 기가 막힐 뿐이다. AAD) 배치 때문에 중국이 우리 기업을 괴롭히고 한국 경제에 막대 한 손실을 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어선들이 대규모로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고, 중국 공군기가 걸핏하면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등 중국도 마음대로 우리를 흔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면 중국은 좌시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동맹을 무시하는 발언을 예사로 해 국민을 경악하게 한다. 미국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뉴욕주 햄프턴에서 열린 대선자 금 모금 행사에서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임대료 114달러 13 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으로부터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 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한국은 잘사는 나라인데 그들의 방 위를 위해 왜 우리가 돈을 내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임대료 발언 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동맹을 돈으로 계산하는 이런 발언이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수사 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거듭되는 동맹 무시 발언은 결코 가볍 게 넘길 수 없다. 상황은 ‘아무나 흔드는 나라’가 돼 가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이 싸움과 무관할 수 없지만, 특히 한반도는 그 소용돌 이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한국의 장기적인 대외 전략 은 무엇이며 문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얼마나 타당 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화와 평화라는 꿈에 젖어 자칫 냉혹한 국제정치의 가련한 희생자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