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악마도 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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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4(토) 이 세상에는 악마도 있다 (4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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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악마도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그 말에 설득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 살다보면 악인을 만나서 그 악인 때문에 시달리는 삶은 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살던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여 그 낙원에서 추방 당하게 만든 자가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도 메피스토펠리스라는 악인이 나타나 선량한 파우스트를 끝까지 괴롭 히지 않는가.
나 같은 노인이 오늘도 악마 같은 인간에게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면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하루 종일 전화를 걸어 하루 종일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때문에 집 전화 두 대는 아예 꺼 놓고 지내야 한다.
어쩌다 잘못 전화를 받기만 하면 욕설부터 퍼붓는다. 새벽 1시 2시에도 끊 이지 않고 전화 소리를 울리게 한다. 휴대 전화 하나를 진동으로 해놓고 잠 자리에 드는데 때로는 그 진동 소리 때문에 곤한 잠에서 깨어나게도 된다.
나는 아무 죄도 저지른 것이 없는데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것일까
세상 물정에 훤한 후배가 나에게 “그런 악질은 스토커로 고발하면 됩니다” 라고 일러 주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고발한 내가 이 나이에 또 다시 법 정에 나서서 나의 억울한 사정을 늘어놓아야 되겠는가?
나는 괴롭지만 이것이 내 팔자인가보다 하고 이대로 살아 기기로 결심하였 다. “악마야, 마음대로 하거라, 남은 날들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니.” 인 생이란 이래서 또한 괴로운 것이다.
김동길 |
◆2019/08/22(목) 교도소에는 대머리가 없다 (4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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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는 대머리가 없다
머리가 매우 좋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대머리 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도 부덕한 탓에 교도소 신세를 진 적이 있는데 대머리는 한 사람도 만난 적이 없다.
물론 죄수들은 압도적 다수가 20대, 30대의 젊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대머리가 된 사람들을 교도소에서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말이 있다. 대머리들 중에는 범죄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들은 범죄 사실이 있어도 머리가 좋기 때문에 교묘하게 법망을 잘 뚫고 나가 안전지대에서 안정된 삶을 누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걸려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옥의 신세를 지지 않을 만큼 머리가 좋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오랜 세월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았기 때문에 머리 가 좋아서 법망에 걸리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그러 나 내가 한마디 증언할 수 있는 사실은 그런 사람들의 아들딸들은 반드시 편치 않는 생을 살게 된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 반면에, 부모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자식들이 훌륭하게 잘 되는 집 안이 있다. 그런 자식들의 부모는 재주는 별로 없어도 선량하고 정직한 사 람들이고, 비록 부유하게 살지는 못해도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고 본질적 으로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어떤 악명 높은 살인강도의 후손과 Jonathan Edwards 라는 미국의 유명한 목사의 후손들은 비교 연구를한 사회학자들이 있다. 그 연구 결과가 어떨 것인지는 그대들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 |
◆2019/08/25(일) 하나님이냐, 하느님이냐 (4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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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냐, 하느님이냐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개신교보다 먼저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쇄국주의를 고집하던 조정이 잔인무도하게 천주교 박해를 자행하여 우리나라 선비와 식자들이 먼저 받아드린 천주교는 한동안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반면, 서민 대중에게 먼저 침투하기 시작한 개신교는 성서를 우리나라에 보급하는 일에는 선두주자의 역할을 하였다. 그들은 처음부터 천주교에서 사용하던 '성제’,‘천주’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낱말을 택하였다.
1960년대 까지 '천주'를 사용하던 천주교는 1970년 초부터 '하느님'이라는 낱말을 쓰기 시작하였다.
천주교는 교인들에게 교리를 가르칠 때 성서의 해석을 성직자들이 맡았기 때문에 모든 예수교 신자들이 한결같이 하늘에 계시다고 믿는 절대자를 묘사하는 '하나님' 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김수환 추기경조차도 거리낌 없이 하나님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였다.
그러나 천주교 학자들과 개신교 학자들이 모여서 성서의 공동 번역을 마련 하게 되었을 때 천주교의 '하느님'이냐, 개신교의 '하나님'이냐 라는 낱말을 두고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고집으로 진통을 격었다.
그 공동 번역 성서를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소망 때문에 개신교 학자들이 양보하여 하나님이 하느님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개신교인들은 그 성경을 읽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그 공동 번역 성경은 많은 개신교도들의 박해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개신교 주장대 로 그 하나님을 지킬 수만 있었다면 인류 역사에 처음으로 일신교(Monoth- eism)를 신봉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을 터인데!
김동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