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산·고령화 국가가 4년 뒤 빚 1000조원, 버틸 수 있나
[사설] 저출산·고령화 국가가 4년 뒤 빚 1000조원, 버틸 수 있나
조선일보 2019.08.30 03:19
정부가 내년 예산을 513조원 규모의 '초수퍼 예산'으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44조원이나 늘렸다. 문재인 정부 첫해 400조원이던 예산이 집권 3년 만에
50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정부 예산이 300조원에서 400조원으로 늘어나는 데 6년 걸렸는데, 이 정부
는 3년 만에 113조원이나 늘렸다. 소재·부품 국산화 투자나 인공지능·5G
같은 혁신성장 관련 예산은 12조원에 불과하다.
현금성 복지나 가짜 일자리 사업 등 선거용 포퓰리즘 규모가 전체 예산 증가
분 44조원의 절반에 달한다. 고용 실적 눈속임용 단기·저질 일자리를 95만개
만들고, 쏟아지는 실업자와 노인 생계를 세금으로 때우는 데 전체 예산의 35
%에 달하는 181조원을 쓰기로 했다.
모래 위에 물 붓듯 사라질 돈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무리한 복지 확대
의 부작용을 국민 세금 퍼부어 땜질하는 것이다. 나라 곳간은 바닥이 나기 시
작했다.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 수입이 크게 줄면서 내년 국세 수입이 1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적자 국채를 역대 최대 규모인 60조원 발행키로 했다.
전체 예산의 12%를 빚으로 충당하겠다는 뜻이다.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보여
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가 내년에 72조원 적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게 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6%에 달해, 국제적으로 건전 재정
기준점으로 간주되는 3% 선을 단숨에 뛰어넘게 된다. 국가 채무도 내년에 800
조원을 넘어서고, 2023년엔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3년엔 46.4%까지 올라간다. 역대 정부는 국가
채무 비율 40%를 넘어선 안 될 최후의 방어선으로 지켜왔으나 문재인 대통령
이 지난 5월 "40%의 근거가 뭐냐"고 지적하면서 '40% 마지노선'이 무너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선진국들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낮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선진국
들은 축적된 부(富)와 경제 기초 기반에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나라들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무역 보복, 북한의 안보 위협 등 대내외 불안 요소에
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이
재정 건전성이다.
정부가 포퓰리즘 세금 퍼주기로 한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 건전 성을 무
너뜨리면 제일 먼저 국제사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더
구나 우리는 세계 최악의 저출산·고령화 국가다. 청년 한 사람이 노인 몇 사람을
부양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나라가 빚을 내 돈을 펑펑 쓰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나. 선심은 이 정부가
쓰고 재정 부담은 다음 세대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9/20190829035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