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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프사놀이

조 쿠먼 2019. 10. 7. 06:31

[만물상] 프사놀이

 

조선일보 한현우 논설위원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첫 화면에 올리는 사진을 '프로필 사진'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줄여서 '프사'라고 부른다. 대개 바탕이 되는 사진과 작은 사진 두 장

으로 이뤄져 있다.

 

이 사진들을 바꿔가며 노는 '프사놀이'가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곤 한다.

어떤 사진을 올려놓느냐에 따라 현재 심경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프사놀이에 가장 열중하는 사람은 조국 법무장관과

그 가족들이다. 그 아내는 최근 페이스북을 만들고 프사에 웬 조각품 사

진을 올렸다. 알고 보니 영국 작가 작품이었는데 온몸으로 바람을 이겨내

는 듯한 여인의 형상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 페이

스북에 "딸 생일에 가족이 밥 한 끼 못 먹었다"고 썼는데 딸은 고급 음식

점에서 친구와 생일파티를 했다. 검찰 압수 수색에 충격으로 쓰러졌다더

니 사실은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있었다.

 

 

▶그 딸은 검찰 조사받은 날 프사를 카페에서 찍은 사진으로 바꾸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을 올렸다.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저는 멘털 중

무장 상태"라고 했다더니 과연 '멘털 갑'이라고 할 만하다.

 

그 동생 전처는 프사에 다정한 모습으로 찍은 가족사진을 수십 장 올려

놓고 있다가 위장 이혼 의혹이 불거지자 모조리 지웠다.

 

▶조 장관 본인의 프사가 처음 주목받은 건 작년 말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터져 민정수석 사퇴 요구를 받았을 때다. 그는 프사를 바꾸고 '항복

은 없다'는 제목의 팝송을 올렸다.

 

그의 가족이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받으면서 조국 프사는 수시로 바뀌고

있다. 딸 생일 다음 날 낮 인터넷에 "조국이 생일 케이크 들고 오는 뒷모습

사진 찍혔으면 감성 폭발했을 텐데…"라는 글이 올라왔고

 

그날 저녁 장관은 실제로 케이크 상자를 들고 귀가했다. 누군가 뒷모습 사

진을 찍었고 장관은 그것을 프사로 올렸다. '프사놀이'의 새로운 경지를 개

척했다는 말이 나왔다.

 

▶아내가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던 날 밤 11시, 조 장관은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촛불 집회 사진을 프사로 올렸다. 한 시간쯤 뒤 그는 프사를 다시 얼

굴 사진으로 바꿨는데 10분 동안 세 번이나 다른 사진으로 바꿨다.

 

자신의 모습을 프사로 올리는 비율은 20대 여성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50대

이상 남성은 풍경 사진이 가장 많았다. 아내는 검찰청에 불려가 있는데 밤늦

도록 집에서 휴대폰 들고 사진 궁리를 하는 조 장관의 모습을 생각하면 요즘

"암 걸릴 것 같다"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알 것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6/20191006019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