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만물상] "우리 윤 총장" "우리 삼성"

조 쿠먼 2019. 10. 12. 07:09

[만물상] "우리 윤 총장" "우리 삼성"

 

조선일보 김홍수 논설위원

 

노무현 정부 시절 좌파 진영은 노 정부가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

고 비판했다. 특히 삼성과 '유착' 관계를 의심했다.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1년 선배인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학수 선배"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

터웠다. 노 정부가 국정 과제를 짤 때 삼성경제연구소가 브레인 역할을 했

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노 정부 5년간 삼성과 밀월은 계속됐다.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에 삼성

전자 사장 출신이 발탁됐다.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에 삼

성 임원을 기용했다.

 

노 대통령 최측근 실세 책상엔 항상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는 증언도 있다. 삼성 X파일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말한다'는

책에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안한 정책을 채택한 사례는 아주 흔했다.

심지어 정부 부처별 목표와 과제를 정해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 인사는 사석에서 "노 정부가 삼성에 의존한 것이

실패를 불렀다"는 얘기를 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내내 20차례

가깝게 압수 수색을 하고, 수백 명을 소환 조사하며 삼성을 잡으려 총력

을 기울였다.

 

첫 미국 방문이나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 때도 대한민국 최대 기업 삼성은

초대받지 못했다. 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말들이 정권 내부

에서 돌았다.

▶그러나 고용 참사와 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취임 1년여 뒤 문 대통령은 인도 방문 때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

에 찾아가 집행유예로 갓 출소한 이재용 부회장을 처음 만났다.

 

이후 지금까지 총 9차례나 만나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회동 횟수

(8회)를 넘었다. 엊그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문 대통

령이 "우리 삼성"이라고 지칭하면서 "국민께 좋은 소식 전해주신 이 부회

장께 감사드린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6차례나 했다.

 

기업 투자가 아쉬운 마당에 삼성의 거액 투자가 고맙긴 고마웠을 것이다.

▶좌파 진영에선 '우회전 시즌2'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의당 대표는 "조

국 사태를 돌파하려 친재벌, 반노동 행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인터넷 여론엔 냉소적 반응이 많다.

 

"잡아넣을 땐 언제고, 경제가 급하긴 급한 모양" "웬 변덕, 이러고 또 감방

넣으려고" "문 대통령이 '우리 윤(석열) 총장' 하더니 어떻게 됐나, 조심해

라"는 식의 댓글이 쏟아졌다. 하긴 "우리 윤 총장" 두 달여 만에 세상은

크게 달라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1/20191011029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