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속 대진연 간부 “이 시대 안중근이라며 챙겨줘”…
[단독] 구속 대진연 간부 “이 시대 안중근이라며 챙겨줘”…
비전향장기수 책 읽고 "단련하겠다"
입력 2019.11.06 15:53
美 대사관저 기습 시위 대진연 회원 구속 중 편지 공개
남파간첩으로 36년 복역한 비전향 장기수 책 읽어"
댓글엔 "그대가 진정한 애국자"…경찰, 배후 수사中
"금요일 밤에 서울구치소에 도착해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함께 계시는 분
들이 이 시대 안중근이라며 단식했다고 하니 유독 더 잘 챙겨주세요."
친북 성향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주한 미대사관저에
기습 침입해 반미(反美) 시위를 벌인 혐의로 구속된 대진연 간부 이모(33)씨
가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대진연은 지난 5일 이씨의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한 자, 한 자 참 눈물
이 나네요"라고 했다. 편지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8일
작성됐다.
대진연이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이모(33)씨의 옥중편지. /대진연 페이스북 캡처
이씨는 편지로 "구치소에 와서 단식을 중단하고 죽을 먹는 중"이라며 "다른
3명의 동지들도 구치소에서 단식을 중단하기로 하고 몸 관리를 잘하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18일 미 대사관저 난입 후 경찰에 연행
된 뒤 ‘묵비권’을 행사하며 단식에 나섰다.
이씨는 또 "보내주신 책도 열심히 읽었다"며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를 다시 읽으니 새로웠다"고 했다. 이어 "(책에서) 36년 수감생활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에 (저자는) ‘이상과 동지’라고 답했다"며
"승리하는 길 위에 동지들과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곳에서 단련하고
혁신하겠다"고 했다. 이씨가 말한 책은 비전향 장기수로 36년을 복역한 고
(故) 허영철씨가 2006년 쓴 책이다.
허씨는 남파간첩으로 1955년 충남 보령경찰서에 체포됐고, 국가보안법 위반
및 간첩 미수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사상 전향을 하지 않았고,
1991년에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영장실질심사 당시 심경도 밝혔다. 그는 "걱정이 많았다.
엄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겁이 났다"고 했다. 그러
면서 죄가 없으니 당당하라는 변호사의 격려에
"여의도 면적 5배에 달하는 평택시를 초호화 미군기지로 빼앗은 것도 모자라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를 이렇
게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편지가 공개되자 대진연 페이스북에는 격려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대
가 진정 애국자" "국회의원들도 감히 못 하는 말을 했으니 훌륭하다" "대학생들
이 불순한 의도로 한 행동도 아니고 시위한 것을 가지고 구속이라니…" 등이었다.
지난달 18일 오후 3시쯤 대진연 회원들이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 담장에 사다리를 대고 관저 안으로 넘어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씨를 비롯해 대진연 회원들은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미대사관저를 기습
침입했다. 경찰에 따르면 17명이 사다리 2개를 이용, 3m 높이의 담벼락을
넘어 미대사관저 안에서 시위를 벌였고,
2명은 경찰의 제지로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대진연 주소지 등을 토대로 성동
구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배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6/20191106024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