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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진짜' 민정수석

조 쿠먼 2019. 12. 1. 06:40

[만물상] '진짜' 민정수석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

 

작년 12월 국회 운영위원회의 한 장면. 야당 의원이 조국 민정수석에게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일을 다 챙긴다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조 수석의 답은 "사실무근"

이었다. 그러나 '임종석·조국은 간판이고 실세들은 따로 있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돌았다.

 

▶백원우는 1994년 제정구 의원 비서로 정치를 시작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

을 맺었다. 지방자치연구소에서 안희정·이광재 등과 함께 일하며 친노 성골 '금강

팀' 일원이 됐다. 대학 운동권 선배 안희정과 특히 친했다고 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고 금강팀이 아닌 '부산팀'이 청와대를 접수했다. "기

껏 고생했더니 이럴 수 있느냐"는 원망이 터져 나왔다. 그때 안희정은 '이 사람이

라도 받아달라'며 백원우를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넣었다.

 

당시 수석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를 겪어본 사람들은 "충성심에다

성실함까지 갖춘 사람" "물불을 안 가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눈에 백원우

가 들어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이 2009년 노무현 영결식이다. 현직 대통령을 향해

"사죄하라"고 고함을 질러 입이 막힌 채 끌려나갔다. 문 대통령은 "그를 껴안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훗날 말했다.

 

백원우가 출마한 총선 현장을 찾아 "우리 백 후보, 노무현의 동지고, 저와도 아주

오랜 동지입니다"라고 했다. 백원우는 어느덧 '문의 남자'가 되어 있었다. 지난 민

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백원우는 안희정이 아니라 문 대통령 옆에 서 있었다.

 

▶민정비서관은 이전부터 정권 내에서 비밀스러운 일들을 해왔다. 친·인척 관리

자체가 내밀한 업무였다. 여론 동향도 수집했다. 노무현의 이호철, 이명박의 장

다사로, 박근혜의 우병우 등이었다.

 

그런데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한 백원우가 1급에 불과한 민정비서관을 맡았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파격적 하향(下向) 취업이었다. 그때부터 문 대통령과 직접

통하는 비서관으로 통했다.

 

▶정부 출범 직후 백 비 서관이 각 부처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선 댓글 조작 '드루킹'이 소개한 변호사를 면담한

사람도 그였다.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결정하는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 알고

보니 자신의 소관도 아닌 일을 하고 있었고 밑에 '별동대'까지 두고 있었다. '백원

우가 진짜 민정수석'이란 소문은 소문만이 아니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9/20191129033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