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도발’ 초읽기 들어간 北 향해, 연이틀 제재완화 메시지
‘성탄절 도발’ 초읽기 들어간 北 향해, 연이틀 제재완화 메시지
文대통령, 동북아 철도공동체 제안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식수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
쪽에서 두 번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두보초당에서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두보초당은 중국 대표 시인인 두보가 거주했던 곳으로
그의 자료를 전시한 건물이 조성돼 있다. 청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강조하는 등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론에 힘을 실으면서 대북제재 공조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제재완화론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도발 초읽기에 들어간
북한을 달래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플랜B’로 꺼내 든 카드지만, 결과적으로
중-러와 스탠스를 같이하면서 미국, 일본과의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 중국과 보조 맞추며 남북 철도 연결 강조한 文
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중국 청두 세기성 박람회장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
스 서밋에서 “동북아에서 철도공동체를 시작으로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 평
화안보 체제를 이뤄낸다면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다시
한번 남북 철도·도로 연결 의지를 밝혔다.
동북아 철도공동체는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구상. 남북 철도 연결을 통해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철
도로 잇는 사업에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이 참여하자는 내용이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전제조건인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에 무게를 실은 것
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러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 추진 결의안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회
담에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통한 동북아 철도공동체를 함께 추진하기로 의견
을 모았다.
미국의 반대로 중-러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문 대통령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비핵화 협상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언론발표에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가 3국의 공
동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고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통해 비핵
화와 평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리 총리 역시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싶다”고 했다.
○ 美는 대북제재 강화-중국 세컨더리 제재 준비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언론발표에
서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지역 안전 보장의
심각한 위협”이라며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북-미 프로세스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는 일이 일중한(한중일) 3국의 공통된 입장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 불가에 한층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하면 대북제재 강화
는 물론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sanction)를 준비 중이라는 분
석도 나온다.
한 미국 행정부 소식통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가 아니라 그걸 예상하라(expect
it)고 말할 것”이라며 관련 기류를 전했다. 최근 백악관 관리들과 연쇄 접촉한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도 본보와 통화에서 “제재
완화 문제가 북-중 무역협상과 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대북제재를 지켜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일
관적이고 미국 반응과도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청두=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