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공소장에 38차례 ‘지시’ 적시…
송철호 공소장에 38차례 ‘지시’ 적시…
‘국정원 댓글’ 유죄 근거와 일맥상통
‘靑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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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선거 국면에서 ②특정 후보자를 향한 ③반복된 지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에서 검찰이 공직선거
법 위반으로 판단한 경찰의 표적 수사 양상은 2012년 대선 댓글 조작
사건에서 법원이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을 유죄로 판단하며 거론한
핵심 내용들과 일맥상통한다.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비서실 7개 조직과 경
찰, 기획재정부가 관여한 개별 과정마다 총 38차례의 ‘지시’ 관계를
적시했다.
지휘 계통에 따른 부당한 선거 개입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검
찰의 판단이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라는 공통분모 탓에 이번 사건
을 ‘제2의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황운하, 하명 수사 32회 중 23회 지시
7일 공개된 송 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인의 공소장
에 따르면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겨냥한 하명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경찰의 위법적 공모 관계를 설
명하기 위해 ‘개입’이나 ‘관여’ 대신 ‘지시’란 표현을 32회 사용했다.
표적 수사를 주도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수사팀 등에 내린
지시가 23회로 가장 많았다. 황 전 청장의 지시를 받은 수사팀 내부의
지시 하달(4회), 경찰 수사 상황을 챙기려는 청와대 파견 경찰관들의
보고 지시(3회) 등이었다.
황 전 청장은 2017년 8월 부임 이후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 “울
산 토착세력인 시장 등에 대한 사정 활동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
다. 같은 해 9월 지능범죄수사대에 “조별로 10월까지 양질의 첩보, 선
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회의 때마다 참모들에게 “다른 사건은 뒤로 미루더라도 김 전 시
장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라” “일주일 단위로 사건 진행 상황을 보고
하라”고 지시하며 집중 수사를 이끌었다.
이에 대해 황 전 청장은 페이스북에 “청탁 수사도 하명 수사도 전혀 근
거가 없는 허위 날조”라며 “훗날 이 모든 과정이 특검이나 공수처에 의
해 낱낱이 밝혀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반박 글을 올렸다.
수사의 단초가 된 청와대의 첩보 하달과 이후 21번에 걸친 수사 상황
보고 배경에도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백 전 비서관의 ‘지시대로’
위법 생산된 김 전 시장 관련 범죄첩보를 경찰청에 하달했고 민정비서
관실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보고받는 부서가 아님에도 당시 파견
경찰관에게 수사 상황 보고서를 받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송 시장 등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대통령비서실이
나서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지시해 표적 수사가 진행되면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공소장에 수사
청탁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또 다른 수사 갈래인 정부의 송 시장 공약 지원과 당내 경쟁
후보 회유 혐의에도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지시가 있다고 봤다. 김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산재모(母)병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결과를
지방선거 전으로 늦춰 발표하게 한 것도 한병도 전 정무수석비서관,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을 거쳐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이 기
재부에 지시한 결과였다.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어느 공직을 원하느냐”고
물었던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전화도 한 전 수석의 지시에 따
른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 후보자 결정된 ‘선거 국면’ 당일 압수수색도 논란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공직선거법 무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의
결정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던 항소심 재판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
장의 반복된 지시가 대선 후보자가 확정된 이른바 ‘선거 국면’ 이후
에도 고수된 점을 들어 선거 개입의 고의와 목적을 인정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지휘 계통을 거쳐 사이버 댓글 활동을 벌인 심
리전단의 선거 개입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를 하명 수사 사건에 대입하면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
정된 2018년 3월 16일 단행된 경찰의 울산시청 압수수색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황 전 청장은 압수수색 이후에도 김 전 시장 형제 등에 대한 영장신청
을 여러 차례 지시했지만 모두 기각돼 실행하지는 못한 사실도 공소장
에 그대로 적혀 있다.
신동진 hine@donga.com·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