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면전 “살려 달라” 상인들 비명, 폐렴 아닌 失政 탓
대통령 면전 “살려 달라” 상인들 비명, 폐렴 아닌 失政 탓 |
문화일보 사설 2 월 13 일 |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직접 자신을 찾아오면 대부분의 사람 은 반기면서 덕담을 건넨다. 성실하게 노력해 스스로 삶을 영위하 려는 서민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받은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 들의 반응은 이런 통상적 모습과 달랐다. 한 어묵 판매상은 “매출 이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홍삼 판매상은 “70% 이상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남대문 시장이 한국에서 가장 큰 시장인데 이 정도”라는 탄식도 들렸다. 문 대통령 면전에서 “살려주세요. 살게 좀 해주세요. 모든 경기가 다 얼어붙었어요” 라고 하는 어느 상인의 읍소는 차라리 비명이었다.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서민경제 타격을 최소화해보려는 선 의의 행보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경제가 상당히 좋아지는 그런 기미가 보였는데, 그게 1월 24일 이후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부터 지표가 호전되고 정책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데 우한 폐렴이라는 돌발 악재를 만나 안타깝다는 논리다.
그러나 본말전도의 위험한 인식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비현실적 주 52시간제 강행 등으로 이미 경기가 빙하기라고 할 정도로 얼어붙었는데, 우한 폐렴은 악재를 하나 보탠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민간소비가 6년 만에 최저로 추락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원래 경기가 안 좋아서 손님도 없는데 코로나 때문에 더 많이 안 좋아졌다”는 상인의 판단이 문 대통령보다 정확하다. 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정책 책임자들이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다”고 했었다.
경제단체와 언론에서도 수많은 우려가 나왔다. 그런데도 문 대 통령은 마치 처음 듣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고, 경제 실정(失政) 탓이 분명한데도 폐렴 탓으로 돌리려 한다.
정부가 사후 지원책을 또 내놓겠지만, 경제 정책의 기조를 친(親) 성장·친시장으로 대전환하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 경제를 망치고 찔끔 배급 주는 식은 ‘언 발에 오줌누기’ 같은 국민 기만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