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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의 시장 방문 전날 걸려온 전화 "건어물 가게죠? 꿀 40㎏ 준비해두세요"|

조 쿠먼 2020. 2. 20. 06:11

영부인의 시장 방문 전날 걸려온 전화

"건어물 가게죠? 꿀 40㎏ 준비해두세요"

 

조선일보

 

입력 2020.02.20 01:45

동선 따라 방문 상점 정해놓고 대파·배·꿀 등 구매 목록 건네
동선 안에 꿀 파는 가게 없자 중기부서 밤늦게 물량 확보 요청
정세균 총리 신촌 상가 방문땐 비판적 얘기하려던 상인 퇴짜

 

지난 18일 오후 김정숙(왼쪽) 여사가 서울 중랑구 면목동 동원전통종합시장의 건어물 상점에서 꿀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정세균 국무총리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위축된 자영업자 격려 차원

에서 최근 잇따라 전통시장과 도심 상가(商街) 지역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 방문 행사는 모두 사전에 짜놓은 각본에 따라 이뤄진 것으

로 드러났다. 방문 상점을 미리 정해두고 상점에 없는 물건은 미리 준

비까지 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비우호적인 상인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

됐다.

김 여사는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동원전통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점 다섯 곳을 돌며 꿀 40㎏, 음성 배, 진도 대파 등을 샀다. 19일 이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곳을 방문하기 나흘 전 중소벤처

기업부(중기부) 직원 2명이 상인회 사무실을 찾아왔다.

 

처음엔 김 여사가 아니라 "박영선 장관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

기부 관계자들은 두 차례 시장을 찾아 동선(動線)을 짜고, 방문 점포를

정한 뒤 17일 이 명단을 상인회에 통보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해당 점포의 상인들에게 "대파와 생강, 꿀을 준비하라"

며 ㎏ 단위까지 정해줬다고 한다. 시장에 박 장관이 아닌 김 여사가 온다

는 사실이 알려진 건 방문 당일 오전이다.

 

상인회장은 "김 여사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새벽부터 일어나 상인들에게

'계란은 던지지 말자' '반갑게 환대하자'고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김 여사가 배와 딸기 등을 구매한 과일가게 상인 A씨는 "며칠 전부터 모

르는 사람들이 장관님이 오실 수도 있다며 '진천 딸기 있느냐, 없다면 뭐

가 있느냐'고 조사해 갔다"고 했다.

 

진천에는 우한에서 온 교민과 체류자들의 임시 숙소가 있었다. 김 여사

는 이 과일가게를 방문해 똑같이 "진천 딸기가 있느냐"고 묻고, A씨가

"요즘 진천은 안 들어온다"고 답하자 배를 3만5000원어치 사 갔다.

꿀은 '건어물 가게'에서 샀다. 이 가게 상인 B씨는 "(중기부 쪽에서) 한

밤중에 전화가 와 '물량을 맞출 수 있게 꿀을 미리 대량으로 준비해 두

라'고 하더라"고 했다.

 

이 가게는 꿀을 주된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아, 당시 꿀 1~2통밖에 없

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량으로 꿀을 추가로 들여놓았다. 김 여사가 다

녀간 다음 날에도 이 가게 진열장엔 꿀단지 8~9통이 남아 있었다.

 

가격을 묻자 B씨는 난감한 듯 "(급하게 들여오느라) 꿀을 얼마에 팔아

야 할지 몰라서 지금 당장은 팔 수 없다"고 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중

기부 쪽에서 김 여사가 구입할 물품과 동선을 다 정했는데,

 

동선 안에 꿀을 파는 곳이 없어서 이곳을 찾아내 추가로 들여놓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생강과 꿀은 임시 생활시설에 있는 우한 교

민 등에게 생강청으로 만들어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신촌 명물거리 방문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몇몇 상인은 지난주 초 서대문구 소상공인회 이사장인 오종

환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며칠 뒤 총리님이 가게에 찾아가면 협조해줄 수 있겠느냐"는 '섭외' 전

화였 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이야기만 해달라"는 것이었다.

오씨 전화를 받은 상인 C씨는 "신촌이 '차 없는 거리'가 된 다음부터 장

사가 안 돼 죽을 맛인데, 총리님께 이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가 "그

러면 안 된다"며 퇴짜를 맞았다. C씨는 "판 다 짜놓고 정해진 말만 하라

는데, 이게 무슨 애로 청취냐"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0/20200220000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