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아전인수, 국민은 참담하다
여야의 아전인수, 국민은 참담하다
총선 앞둔 정치권, 말잔치 난무 검찰개혁 외치던 與, 갑자기 “반성”…
민심 모르는 미래당은 또 “탄핵” 흉흉한 시국, 국민은 누굴 의지하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선거에 각종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화됐다. 이번 총선은 미래를 결정
하는 선거라든지, 아니면 정권 심판의 기회라든지 하는 판에 박힌 분석
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를 부여할 때,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선
거의 성격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 단임제 국가에서의 대선은 미
래 지향적 성격을 띤다.
즉, 누가 정권을 잡아야 우리의 미래를 보다 밝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
제가 선거의 가장 중요한 명제로 대두된다는 것이다. 반면 총선은 과거
지향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총선은 정권의 중간 평가적 성격을 가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
외는 있다. 지난 18대 총선처럼 정권 초기에 치르는 총선은 중간 평가
적 성격을 가지기보다는 정권의 성공을 위한 환경 조성의 의미를 가지
기도 한다.
하지만 총선이 정권의 성공을 위한 환경 조성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면, 이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대통령제란 삼권분립이 원칙이기
때문에 국회는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해야지, 정권의 성공을 돕
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여당이 특히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여당이라 할지라도 견제를 통
한 정권의 성공을 바라야지, 정권의 흠결이나 비리를 덮어주는 것을 통
해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꼭 기억해야
여당은 비로소 정권 성공의 진정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여당은 과연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의문이다. 조국
사태나 검찰 ‘개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여당은 그 누구보다도 권력 핵
심의 행위와 의중을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요즘 특이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이인영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검찰 개혁, 집값 안정, 그리고 최근 임미리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을 향했던 국민의 비판적 목
소리를 외면하지 않겠다”면서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반성하
겠다”고 밝혔다.
이런 말을 듣는 국민은 당혹스럽다. 작년 10월 14일 이 대표가 “신속
히 검찰 개혁을 끝내라는 게 (국회를 향한) 국민의 1호 명령”이라고 말
한 것을 우리는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 반성의 대상이 되는 국민과 ‘1호 명령’을 내린
국민은 각기 다른 존재들인 것같이 보이는데, 이런 상반된 모습은 국
민을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는 국민이라는 존재를, 필요와
시기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두둔하던 여당이 이제는
조국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서울 강서갑 공천 과정에서 이런 현상을 분명히 볼 수 있다.
지금 조국 문제가 대두되는 것을 꺼릴 정도라면 예전에는 왜 그토록
조국 문제를 두고 방어막을 쳤는지가 궁금해진다. 몇 달 전의 국민과
지금의 국민이 다를 리 없고,
몇 달 전에 발생했던 사건에 대한 민심과 지금의 민심이 다를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이렇듯 다른 입장과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여당의 모습을 봐야 하는 국민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야당은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을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심 대표는 한 라디오 매체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저희가 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면 문재
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의) 몸통이라는 게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말
했다.
이런 언급도 국민 대다수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설사 현 정권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유권자라 하더라도 또 한 번
의 탄핵을 바라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야 할 것 없이 자기들 시각으로 국민을 평가하고 국민의 마음
을 ‘해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에 수십 명씩 발생하고 사망자까지 나온 흉흉한 시점에
정치권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할 상황이니 국민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참담함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에 가깝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