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실업급여 타라” 중소 제조업체, 직원 9명중 5명 내보내
“차라리 실업급여 타라” 중소 제조업체, 직원 9명중 5명 내보내
[코로나19 확산]코로나 도미노 산업계 전체로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장이 항공 해운 정유
뿐만 아니라 전자 자동차 등 전방위 산업을 흔들고 있다. 동시다발
적인 공급 차질과 소비 침체 현상으로 주요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
제에 돌입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세계 경제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수출 중심인 한국
산업계에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13일 “가장 약한 고리인 부실 중소·중
견기업과 영세업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있고 기간산업인 항
공 해운 정유 산업도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한국 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산업계 전체를 뒤덮고 있
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가장 심한 타
격을 입고 있는 항공업계는 이미 노선을 80% 가까이 줄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때도 20% 정도만 줄였다”고
했다. 항공기 10대 중 7대가 땅에 장기간 머물고 있다. 국내 항공사
들이 가장 많이 운영하는 중형급 B737 항공기 한 달 주기료와 리스
비용 등은 약 2억5000만 원을 웃돈다.
이런 항공기 수십 대를 보유한 대형사의 경우 매일 수십억 원을 허공
에 날리고 있다. 비행기가 멈추고 중국 등지의 산업 가동률이 떨어지
는 가운데 유가마저 급락하자 정유업계는 위기에 빠졌다.
최근 공장 가동률을 15%가량 낮춘 정유업계는 추가적인 감산도 검토
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조차 감산 폭은 6%였다. 한 정
유업체 관계자는 “1분기(1∼3월)에만 수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연간으론 조 단위 적자가 예상된다.
현재는 제품을 팔수록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2016년 8조
원을 넘었던 국내 정유 4사의 총 영업이익은 올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공급 차질, 확진자 발생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던 자동차업계
는 이제 글로벌 소비 위축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미 지난달 국내 자
동차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26.4% 줄어든 18만9253대였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이어 미국과 유럽 시장까지 얼
어붙으면 올해 최악의 실적을 맞을 수 있다. 이 경우 수만 개에 이르는
협력업체에까지 연쇄작용이 불가피해 자동차산업 전체가 초토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자동차 조선 등의 업황 악화로 기계부품업체들도 조업 및 물량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중고교 개학이 미뤄지고, 결혼 등이 취소되면서
가전제품, 스마트폰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내수 위축만으로도 힘든 가운데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 수요가 올
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까지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소비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침체의 악영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로 도미노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올해 초 글로벌 D램 가격 하락세가 완화되면서 긴 불황이
끝나는 것처럼 보였던 반도체업계는 다시 긴장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내수시장은 마비된 상태다. 신세계백화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1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20.6% 감소했다. 롯데백화점(―27.7%), 현대백화점(―22.5%)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신세계면세점은 관광객이 급감하자 시내면세점인 강남점과 명동점
을 월 1회씩 휴점한다고 밝혔다. 전시·행사업체들은 5월까지 대부분
행사가 취소됐고, 음식점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
어나고 있다.
대구 소상공인지원센터 북적 13일 오전 대구 중구에 있는 대구 남부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피해 지원 상담을 받고 있다. 대구=뉴스1
구두를 제조해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태로 납품
하는 중소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직원 9명 중 5명을 해고했다. 이
회사 사장은 “상황이 이어지면 어차피 문 닫을 수밖에 없어 사람을
줄이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
해고자도 월급을 못 받으며 버티느니 차라리 실업급여를 타서 생활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변종국·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