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黨-조국黨, 국회까지 장악할 셈인가
청와대黨-조국黨, 국회까지 장악할 셈인가
4년 전 ‘막장 공천’에 패배한 통합당,
이번 민주당 공천은 너무나 조용하다
청와대 출신 대거 공천해도 묵묵
조국 지지 급조정당과 비례당까지
문 대통령 퇴임 이후가 그리 두렵나
김순덕 대기자
우리나라 총선에는 공식이 있다. 공천 때마다 파동이 일어난다. 찍을
때마다 찍을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국민은 현명했다.
꼭 4년 전인 2016년 3월 18일,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김무
성 대표는 ‘비박(비박근혜) 공천 학살’ 결과를 수용 못 한다며 “독재
정권 때나 하는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찍은 유승민 의원을 불출마시
키려고 친박(친박근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 보이콧도 불
사한 날이었다.
막장 공천은 집권여당이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대통령의 불통과 쌍벽을 이루는 친박 패권주의, 지긋지긋한 계파 갈등
에 국민이 분노하면서 민심은 야당 심판론에서 정권 심판론으로 급격
히 돌아섰다. 친박만 몰랐을 뿐이다.
그때의 교훈 때문일까. 계파 갈등 없는 더불어민주당의 2020년 공천
과정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친문(친문재인) 강화, 청와대 대거 진출,
운동권 86세대 물갈이 없는 공천으로 친문 패권주의는 욱일승천할 일
만 남았다.
되레 공천 파동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공천 룰을 담은 특별당규는 현역
의원의 경우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실제론 현역 의원 과반이 경쟁 없
이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친문이 벼슬이어서다.
대통령 절친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
받을 사람들까지 공천받고 선거에 나온다는 건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평소 다른 소리를 낸 비문(비문재인) 의원들만 탈락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몇몇 당사자 말고는 입을 닫는다. 대통령 권력에 맞서는 당
대표는 물론 없다. ‘민주당의 유승민’ 같은 금태섭 의원조차 “선거 전
까지 죽은 듯 있겠다”며 순종하는 분위기다.
정당의 목적과 조직과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 국민 세금이 정당에 지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파 이익을
앞세우는 정당이 민주적일 순 없다.
비민주당도 대통령 임기 후반에는 불안한지 ‘문재인 청와대’는 국회
까지 진군나팔을 불고 있다. 무려 53명이 출사표를 던져 후보자 등록
을 일주일 남짓 앞둔 17일까지 28명이 공천받았다.
역대 정부와 비교할 수도 없는 대규모로 문재인청와대당, 약칭 문청
당을 차려도 될 판이다. 그중 11명은 경선도 없이 전략공천이나 단
수공천으로 본선에 직행했다.
“특별한 경우 아니면 전략공천 없다” “청와대 출신이라고 우대는 없
을 것”이라던 이해찬 대표를 믿은 이들만 바보 된 꼴이다. 이런 특혜
공천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도 궁금하다.
박 전 대통령은 참모들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은 엄두도 못 냈지만
총선 경선 개입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 2년을 살았다.
‘청와대’가 국회 진출해 뭘 할 것인지는 더 궁금하다. 2017년 9월 민
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이명박(MB) 정부의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
출마 준비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며 퍼부은 비난을 상기하면 가볍
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문건에 거론된 출마 준비자가 달랑 11명이었는데도 민주당은 “VIP
국정철학 이행과 퇴임 이후 안전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선율
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혀 있다”며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은 탄핵을 통해 물러났어야 할 대통령”이라고 포화를 내뿜
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독재정부를 막는 것이고, 그 핵심 기
제가 국가권력의 독점을 막는 3권 분립이다. 대통령의 일개 참모 조
직이 내각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것도 모자라 입법부까지 장악하
겠다는 건 친문 패권주의의 3권 분립 무력화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 퇴임 이후 안전핀 역할을 위해 청와대당을 만들고, 검경과
사법부의 목줄을 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고, 그래도 만족
못해 어제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선거법 개정 명분을 뒤집고 민주당이 손잡은 ‘시민을 위하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를 주도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주축
이다. 비례의석 한 석도 놓칠 수 없어 조국당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이 탄핵당할까 봐 몹시 두려운 모양이다.
돌아보면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위대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승리한 정
당은 그 깊은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해 이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
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야당의 공천 파동을 비웃을 때가 아니다. 오만한 권력은 심판
받는다는 것을 친문 패권주의 세력도 알아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