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사장님, 그날 밤 무슨 일이?
손 사장님, 그날 밤 무슨 일이?
조선일보 박상현 사회부 기자
입력 2020.03.28 03:14
손석희 JTBC 사장님. 저는 요즘 성(性) 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텔
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5년차 기자입니다.
'언론 생활 36년'이라는 대선배께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도무지 풀
리지 않는 의문 때문입니다.
도대체 2017년 4월 16일 밤 과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1년 전쯤, 저는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가 손
사장님을 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상암동 한
술집에서 손 사장님은 "정신 차리라고 얼굴을 툭툭" 쳤다고 주
장했고, 김씨는 "주먹으로 두 차례 맞았다"고 했죠.
두 사람의 그 분쟁은 그날 밤 과천의 한 주차장에서 손 사장님이
낸 접촉 사고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손 사장님은 접촉 사고 피해
자인 견인차 차주에게 150만원을 송금했더군요.
그렇다면 끝난 일입니다. 그런데 손 사장님은 김웅씨에게 그날 밤
사건을 꼬투리 잡혀 "취업 청탁 등 협박을 당했다"고 했죠. 그러면
서 김씨에게 '월 1000만원 보장' 'JTBC에 용역 형식의 2년 계약직
으로 채용'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했습니다.
손 사장님 말씀대로 "긁힌 자국도 없는 단순 접촉 사고"라면, 왜 이
렇게 비굴할 정도로 김씨에게 절절 매셨는지요. 도대체 그날 밤 과
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렇게 그날 밤이 잊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인간 말종
같은 조주빈이 등장하더군요. 난데없이 조주빈이 손 사장님의 '그날
밤'을 또 거론했습니다.
그가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방에서 나눈 채팅 내용에는 "과천 주차
장에 있는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를 제거한 사람이 나"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경찰은 "당시 주차장 근처 CCTV를 확인했는데 훼손한 흔적이 없
었다"고 조주빈의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그런데도 손 사장님은 흉
악범에다 사기꾼인 조주빈에게 거액을 보냈습니다.
물론 돈을 보내준 이유는 다르게 설명했습니다. 살해 청부를 받았
다고 주장하는 조주빈에게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
다. 언론 생활 5년이 채 되지 않은 저도 이런 일이면 경찰에 곧장
신고합니다.
그런데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15년 연속 선정됐던 손 사
장님은 경찰에 알리는 대신 돈을 보냈습니다. 도대체 그날 밤 경
찰에도 알리고 싶지 않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손 사장님이 살 해 청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런 흉악범과 사기
꾼에게 돈을 뜯기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일은 단순한 일이 아
닙니다. 그 사이 조주빈은 여중생을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의 인생을
더 망쳤습니다.
2019년 8월 조주빈이 협박해왔을 때 곧장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그를 체포했더라면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의도치 않았더
라도 그의 방조자가 된 것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28/20200328000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