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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쉼터 조경 1억2000만원? 가보니 수백만 원짜리 나무뿐"

조 쿠먼 2020. 6. 2. 06:55

"안성쉼터 조경 1억2000만원? 가보니 수백만 원짜리 나무뿐"

 

 

[중앙일보] 입력 2020.06.01 16:04 수정 2020.06.01 16:42

 

 

지난달 19일 오후 경기 안성시 금광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문이 굳게 닫혀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진에 보이는 줄기가 한 번 꺾인 소나무(빨간색) 정도로는 수백만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연합뉴스]

 

1일 국회로 첫 출근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과 관련한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경기

도 안성의 위안부 할머니 쉼터 건축 공사 내역서가 공개되면서 윤 의원의

해명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날 금융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했다던 한 시민단체

대표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직접 안성 쉼터로 내려가 봤더니 소나무

를 심어 놓은 조경 사업에 특히 눈이 갔다”며 “1억2000만원이 들었다는 해

명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상중

리 토목, 건축공사 내역서(간략)’이라는 제목으로 쉼터 공사 내역을 공개했다.

해당 내역에는 조경공사로 소나무식재‧벚나무‧사철‧철쭉‧기타라는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이 책정됐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경기도 안성 쉼터 공사 내역서. [사진 최민희 전 의원 페이스북]

 

A씨는 “단가를 올리려고 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놓은 정황이 보였다”며

“1000만원 정도 부를 수 있는 소나무를 한두 개는 심어 놓아야 1억원이

넘는 단가가 나올 텐데 수백만원에 불과한 나무만 심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줄기가 바닥을 기듯이 여러 번 꺾여야 가치가 높아지는데 안성 쉼터

에서는 한 번만 꺾인 소나무 밖에는 보지 못 했다”고 말했다.

소나무 농장을 운영하는 한 조경업자는 “1억원 넘는 소나무는 껍질이 거북

이 등껍질같이 둥글둥글하고 껍질 사이 굴곡이 깊어야 한다”며 “청와대 앞

뜰에 심는 나무 정도는 돼야 1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나온 안성 쉼터 사진을 검토한 뒤 “소나무는 한 그루당 수백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다만 운송비가 추가될 수 있고, 내력서가 있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사립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성처럼 인적이 드문 주택에 이렇게

많은 나무가 심어진 것만으로도 의혹 덩어리”라며 “건설업자나 조경업체 등

이 중간에 남는 돈을 가져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한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소재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의 모습. [뉴스1]


윤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에 대해

“시세보다 4억원 이상 비싸게 매입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최초의 매도 희망가는 9억원이어서 오히려 최대한 내리려고 노력

한 결과 최종 7억5000만원에 매매했다”고 말했다.

 

쉼터를 매입가보다 낮은 4억2000만원에 매각한 사실에 대해서는 “5년

동안 매수 희망자가 없어 건물 가치가 하락했다”며 “헐값 매각이 아니라

당시 형성된 시세에 따라 거래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앞서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건설업자가

정의연에 쉼터를 팔았을 당시)매도자가 양도세를 낼 때 세무서에 신고하

는데, 그게 5억4400만원이었다”며 “(양도세) 신고 다음에 본인이 살려고

했기 때문에 연못 조성 등 조경에 1억원 이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대표 A씨는 “직접 가서 확인한 바로는 연못도 땅을

파서 물을 부은 수준이라 공사 내역서에 적힌 4500만원이 나올 수 없다”

고 주장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주택을 판매한 (건설업자) 김씨는 토지 취득가액과 부지 조성가액, 건물

준공비용 등 모두 합쳐서 5억4400만원이라고 세무서에 신고를 했다”며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등기가 넘어간 상태에서 남의 집에 돈을 바르냐”

고 꼬집었다. “그랜저 신형 8000만원짜리를 구입했는데 친구가 7500만

원에 팔라고 하니, 브레이크와 트렁크까지 1000만원어치를 더 달아서

팔려고 한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