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救國 vs 성추행

조 쿠먼 2020. 7. 14. 06:57

救國 vs 성추행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지난 주말 별세한 백선엽 장군의 빈소인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모습은 2020년 진영대결의 축약 판이다. SNS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서울특별시장(葬)과 조문 여부를 놓고 찬반으로 나뉘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조선 시대 예송(禮訟) 논쟁을 연상시킬 정도다.

박 전 시장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핵심인사, 지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여권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 전 시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문 대통령은 “충격적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성추행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버럭 “××자식”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박 전 시장이 여비서를 지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해왔다는 주장이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운동의 대부, 최초로 성희롱에 대한 법적 책임을 받아 낸 여

성인권변호사 등의 수식어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내 곳곳에 민주당은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는 플

래카드를 걸었다.

 

피해자가 이걸 봤다면 어떤 상처를 받을지 민주당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김학의 사건, 서지현 검사 성희롱 사건 땐 그

렇게 피해자 중심주의, 성인지 감수성을 외쳐온 이들이다.

반면 민주당은 6·25전쟁의 영웅이자 ‘다부동 전투’의 승리로 대

한민국을 구해낸 백 장군의 죽음에는 그 흔한 성명 하나도 내지

않았다. 친일 인사라는 이유다.

 

간도특설대 경력을 이유로 ‘민족의 반역자’라는 것인데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어떻게 얻어진 것인지 모르고 있다. 사실

관계와 당시 시대상을 제대로 살피려는 노력은 뒷전이다.

 

내심 김일성의 적화통일을 백 장군이 막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

는 것은 아닐까. 서울현충원도 아닌 대전현충원에 고인을 모시

는 것도 면목이 없는데 김홍걸·이수진 의원 등은 파묘법을 만들

겠다고 한다.

 

납치 살해를 지시하고, 가택연금으로 탄압했던 전직 대통령을 용

서하고 화해의 정치를 펼쳤던 부친 김대중 전 대통령 얼굴에 먹

칠하고 있다.

 

자기편이면 성추행도 아무 일 아닌 것이 되고, 구국(救國) 영웅은

푸대접받는 반역(反逆)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