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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안보팀과 ‘北甲南乙 심화’ 우려

조 쿠먼 2020. 7. 15. 06:40

새 안보팀과 ‘北甲南乙 심화’ 우려

 

 

김숙 前 駐유엔 대사

북한 노동당 김여정 제1부부장이 권력의 제2인자처럼 행세하며

지난 10일 또 한 차례 담화를 냈다. 10월 ‘깜짝 쇼’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올해 중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 핵심

내용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는데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11·3 선거 결과를 본 후에 움직이려는 속

셈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 정상회담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정반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미·북 대화가 진전되기를

바란다는 통일부의 입장은 아무리 의례적인 말이라 할지라도

영혼이 빠진 비현실적 반응이다.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 온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진전 노력이

결국 착시였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제라도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몽환에서 깨어나야 한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희망이 경험을 이겨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경우는 성공한 재혼 사례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담화에서 더욱 심각한 내용은, 앞으로 협상의 기본 주제를 ‘비

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에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대 미·북

협상 재개’ 틀로 고칠 것을 주장한 데 있다.

 

적대시 정책 철회는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와해, 제재 해제

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것이며 지금까지의 협상 패러다임을

전면 거부하는 것으로서, 비핵화 골포스트를 더 작게 만들고 더

뒤로 옮기는 근본적 전략 변화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재거론하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북한의

도발은 항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해야 하는 상수다. 북한

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적 거부선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피하면서 임의의 시각에 남측을 대상으로 한 군사·비군

사적 도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상정하고 우리는 그 가능성 있는

위험한 길목을 지키며 사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모멸적 태도에 분개하는 많은 국민의 반북 정

서를 심각하게 읽어야 한다. 과거엔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에

한·미 간 ‘찰떡 공조’로 대응했었지만,

 

지금은 특사 파견 제의를 사납게 거부하거나 대통령에 대해

모욕을 일삼아도 말 한마디 못하는 북갑남을(北甲南乙)의 신

세로 전락하게 된 데 대해 반성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공연히 대북 전단 살포 행위나 황망히 단속하는 태도로는 제

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잠자는 범을 건드리지 말라고

한 것도 북한 특유의 허사겠지만, 우리가 북한의 과대망상

증과 잘못된 우월감을 키워주며 끌려다닌 결과이기도 하다.

 

북한은 범이 아니며 마차 바퀴 앞에서 힘자랑하려는 사마귀에

지나지 않음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강화로 2017년 이후 현재까지 15%

이상 경제가 위축됐다는 관측이 있고, 코로나19 피해도 체제에

‘치명적 위기’를 야기하면서 제2 고난의 행군과 같은 경제난을

겪고 있다.

 

그 와중에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나, 지금은 핵·

경제의 병진은 불가능하고 제재 해제는 어렵다는 현실을 점점

깨달으며 돌파구 모색을 위해 약한 고리인 남측에 압박을 가

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제재의 고삐를 확고히 쥐고 한·미 공조의 기반

위에 외교안보 정책의 세심한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안보 부서 개각은 주변국에 주는 메시지라는

상징성이 있다.

 

노회한 여의도 정치인으로 알려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관

해서는 미국에서 그의 과거 북한 접촉 경험을 장점으로 보기

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임무가 자칫 오도돼 동맹 및 우방과의

정보 협력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