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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4대강 반대파 수공 사장
조 쿠먼
2020. 8. 15. 07:04
[만물상] 4대강 반대파 수공 사장
조선일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2020.08.15 03:18
몇몇 환경 단체가 1월 말~2월 초 "대통령은 물 개혁 정책을 혁신적으로
추진할 후보를 수공 사장에 임명하라"는 성명을 내거나 시위를 했다. 당
시 수공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서 최종 후보 다섯 명으로 압축된 상태였다.
환경 단체들은 그중 네 명에 대해 '4대강 사업 A급 찬동 인사' '물의 과학
성을 저버린 인사' '묵을 대로 묵은 수공 고위직' '4대강 조사평가단 방치'
라며 반대했다. 결국 남은 박재현 인제대 교수를 임명하라는 것이었다.
▶환경부 주변에선 돌연 사표를 내고 수공 사장직에 지원한 홍정기 4대강
조사평가단장 내정설이 돌았다. 1급 공무원이 사표 낼 정도면 언질이 확실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었다.
누군가 홍 단장에게 "축하합니다"라고 전화하니 "잘 부탁합니다"라고 대답
하더라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2월 말 박 교수를 수공 사장에 임
명했다. 환경 단체들은 축하 성명까지 냈다. 홍 단장은 그로부터 한 달쯤 후
환경부 차관 발령이 났다. '미안했던 모양'이라는 말이 나왔다.
▶박재현 교수는 낙동강 창녕함안보 건설로 주변 지역 침수 우려가 있
다고 경고하는 등 4대강 사업을 초기부터 반대해왔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모든 보 철거를 주장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아 2016년 인제대 교수들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선언을 앞장서 주도했고, 대선 때 문재인 지지 선언, 지방선거 때는
김경수 지지 선언에 참여했다.
▶댐 운용을 맡은 수자원공사는 국토부 산하기관이었는데 2018년 5월
환경부로 관할이 바뀌었다. 수량과 수질을 통합한다는 '물관리 일원화'
조치였다. 4대강 사업 주무 부서였던 국토부에 대한 정권 핵심들의 부
정적 시각도 작용했을 것이다.
묘하게도 그때부터 수공은 댐의 여름철 수위를 국토부 시절보다 크게
높였다. 섬진강댐의 경우 7~8월 저수율이 2017년엔 13~33%에 불과
했는데 올 7월 말엔 85.7%였다. 용담댐은 90.2%, 합천댐은 93.4%나
됐다.
▶과거 국토부는 홍수기에는 수위를 최대한 낮춰 놓고 만일의 집중호
우에 대비했다. 반면 환경부는 장마 후 녹조가 피기 시작 하면 댐 물을
방류해 녹조를 제거하려고 댐에 물을 과도하게 담아두게 한 것 아니냐
는 의문이 있다.
결국 정부는 홍수 방지보다는 수질 관리에 관심이 많은 환경부에 댐 관
리를 맡겨 위험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4대강 사업
하수인이라고 수공을 집중 비판해오던 교수를 수공 사장에 임명한 것도
수공의 댐 관리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