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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과 복법(伏法)

조 쿠먼 2020. 9. 19. 06:31

탈영과 복법(伏法)

 

 

 

황성규 문화일보 논설위원

‘자르지도, 찍지도, 해치지도, 뽑지도 말라’. 시경(詩經) 감당 편에
나오는 경구다. 감당은 높이가 10m 정도로 자라는 팥배나무의
한자 이름. 그 주인공 나무는 중국 허난(河南)성 산(陝)현에 있다.
나무에 얽힌 유래를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주나라 무왕의 아우로 소(召) 지방에서 어진 정치를 펴 칭송받은

군주가 있었으니, 소공(召公)이다. 선정을 편 그가 이 나무 아래서

쉬었다는 전설 하나로 팥배나무가 시경에까지 올랐다.

 

주민들로부터 자자하게 칭송받는 군주가 근무지를 떠나 잠시 숨을

돌린 곳이 나무 그늘 밑이었다는 사실에서 ‘휴가(休暇)’의 어원을

돌아본다.

 

한자 쉴 휴(休)는 사람(人)과 나무(木)를 합쳐서 만든 회의문자로,

(나무 아래서) 쉬다 또는 잠시 일을 멈추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오늘에는 그 나무가 펜션이거나 호텔이거나 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겨를 가(暇)는 ‘날 일’과 ‘빌릴 가’가 합쳐진 한자로, 날을

빌리다라는 뜻이다. 곧, 시간적 여유를 갖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국어사전도 이 두 자를 합친 휴가를, 직장·학교·군대 따위의 단

체에서 일정 기간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이라고 풀이한다.

 

직장인이든 군인이든 휴가는 삶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으로, 누구

나 길게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휴가는 유한하다. 허락된 시한이

끝나면 소속된 조직의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자칫 어기는 경우

징계라는 처벌이 뒤따른다.

 

특히 군인의 휴가나 외출·외박 후 무단 미복귀는 중대한 범죄다.

흔히 탈영(AWOL: Absent Without Leave)이라고 하는 ‘군무

이탈의 죄’를 범한 경우 당국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벌한다.

 

군무 이탈은 동료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기를 문란케 하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형법 제30조는 △적전(敵前)인 경

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 지역인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그

밖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 전 국민을 분노케 하는 법무장관 아들의 ‘왕자님 휴가’와 탈

영 사이에는 특혜 시비가 끼어 있다. ‘특혜’라는 복병은 ‘엄벌’로써

복법(伏法)시켜야 한다.

 

이 엎드릴 복(伏)자의 의미는 사람이 개처럼 기어 다니다, 처벌을

받아들이다 등이다. 복법은 형벌을 순순히 받아 죽는 걸 말한다.

달리 복주(伏誅)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