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쿠먼
2020. 9. 23. 07:13
親文은 ‘콘크리트’인가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입력 2020.09.23 03:00
지난주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상승했다. 일주일 전보다 문 대통령은 46.4%로 0.8%포인트, 더불어민
주당은 35.2%로 1.8%포인트 올랐다.
추미애 법무장관을 감싸기 위한 안중근 비유·카톡 휴가 등 여당의 황당한
발언들이 질타를 받던 시기에 조사한 결과라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다른 조사들은 추세가 달랐다.
알앤써치 조사에선 문 대통령 지지율이 일주일 만에 48.6%에서 41.7%로
떨어졌다. 한국갤럽 조사는 민주당 지지율이 39%에서 36%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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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하자 “못 믿겠다”는 말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여론조사가 승패는 맞혔지만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침묵하는 보수층’ 규모가 컸다. 총선을 앞두고 상당수 조사에서 미래통합
당 지지율이 20%대 초·중반이었지만 실제 득표는 41.4%였다.
코로나 확산 이후 정부에 힘을 모아주자는 분위기 때문에 여권(與圈) 지지
율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추 장관과 관련한 분노가 임계치를
넘긴다면 ‘코로나 거품’이 걷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권은 민심 불감증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조국 수호’에
앞장섰던 의원들이 이번엔 ‘추미애 수호’를 위해 총출동했다. “절대 밀리
면 안 된다”는 강경 지지층의 눈높이로만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강경한 친문(親文)의 규모가 크고 콘크리트처럼 견고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불의와 반칙이 승리하기
를 원하는 국민이 다수일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사 공동 조사(17~19일)
에선 추 장관 아들 의혹을 ‘특혜라고 본다’(57%)가 ‘특별히 문제 될 것 없
다’(36%)를 압도했다.
알앤써치 조사(14~15일)도 추 장관 사퇴에 대해 ‘찬성’ 55.7%(매우 44.3%,
다소 11.4%), ‘반대’ 38.4%(매우 23.0%, 다소 15.4%)였다. 추 장관 사퇴를
매우 찬성하는 강성 반문이 매우 반대하는 강성 친문보다 훨씬 많았다.
더구나 일주일 사이에 ‘매우 찬성’(40.9→44.3%)은 늘고 ‘매우 반대’(25.8→
23.0%)는 줄었다. 강성 친문은 많지도, 견고하지도 않다. 여권은 작년 조국
사태 때 문 대통령의 지지율 흐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39%까지 하락했다.
조 전 장관 사퇴로 악재(惡材)가 사라진 이후에는 두 달간 거의 매주 지지율이
상승했다. 민심을 얻기 위해선 악재를 안고 가기보다는 털어내는 게 효과적이다.
여권이 ‘국민 지키기’보다 ‘추미애 지키기’에 계속 발 벗고 나선다면 지지율은
어느 순간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그 순간이 레임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