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 봐도 울어 봐도’로 시작되는 대중가요 ‘불효자는 웁니다’를 모르는 성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작사가 반야월이란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가수 진방 남이 부른 노래다. 최근 세대를 뛰어넘어 트로트 열풍이 번지는 새로운 문화 현상도 한창이다.
추석 명절 때면 고향과 어버이를 그리는 많은 출향민을 울린다. 같은 이름의 신파 극도 사랑을 받았다. 이제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산업화 세대들은 자신들을 뒷바 라지하느라 모든 것을 희생한 어머니 얘기만 나와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추석 연휴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세 균 국무총리는 ‘나를 팔아라’고까지 하며 독려한다. 명절 연휴를 기점으로 코로나 19 ‘3차 대유행’ 가능성을 우려해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이런 가운데 ‘불효자는 웁니다’를 패러디한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 글이 온 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문구의 기발함 때문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화제가 됐 다. 이 현수막은 청양군이 거리에 내걸면서 이슈가 됐지만, 정작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강원 정선군 임계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조대현 주무관이다.
그는 가수 ‘노라조’의 노래 슈퍼맨을 개사해 ‘아들아∼추석엔 오지 말거라. 아버지 ∼구정엔 내려갈게요’라는 문구도 만들었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추석 연휴를 맞아 제주도와 강원도 등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넘 친다고 한다.
한 조사에서 이번 추석에 고향을 찾는 사람은 10명 중 2명뿐이라고 한다. ‘추캉스’ (추석 + 바캉스)를 즐기려고 관광지로 몰려가는 사람들은 효자이고, 부모와 조상 님들 뵈러 고향 찾는 사람들은 불효자라는 여론몰이가 불편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서 추미애 이야기가 나올까 봐 말단 공무원까지 동원해 고향 방문을 막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귀성 자제가 코로나 방역에 어느 정도 효과 는 보겠지만, 관광지가 감염 확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추석 대목을 기대했던 지역 소상공인들의 한숨과 시름도 더 깊어질 것 같다. 고향 을 찾더라도 생활방역 철저히 하자고 홍보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러다 보니 코로나를 정책 실패나 정치 독선을 덮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함께 커간다.
이래저래 안타까운 이번 추석 명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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