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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메이드 인 북한’ 점퍼, 홈쇼핑서 17억 벌었다
조 쿠먼
2020. 10. 8. 07:06
[단독] ‘메이드 인 북한’ 점퍼, 홈쇼핑서 17억 벌었다
정부지원금 받고 판매… 유엔 대북제재 2375호 정면 위반
최소 2만7000벌 불티나게 팔렸다
김형원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0.10.07 23:17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북한에서 만든 항공점퍼가 국내에
유통되는 과정에 자금 지원을 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는 북한의 섬유 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정면 위배된다.
북한산(産) 항공점퍼는 2018년 9~12월 한 홈쇼핑에서 방송되면서 17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유통
센터는 2017~2019년 사이에 국내 중소기업 A사에 생산 자금 등의 목적으로
17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중소기업의 제품 생산·유통을 위해 ‘선급금’ 형태로 자금을 댄 것이다. 정부에
서 자금 지원을 받은 A사는 2018년 중국 장쑤성 장인(江陰)시에 있는 B업체와
제품 생산 계약을 맺었고, 랴오닝성 단둥(丹東)시 C업체가 재하도급을 받았다.
문제는 재하도급을 받은 C업체가 북한 평양의 봉제공장에 발주를 했다는 데 있
다. 이는 북한산 섬유 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 평양 봉제공장에서 만든 항공점퍼 최소 2만7000여 벌은 밀수로
단둥으로 보내졌고, 단둥에서 중국산으로 둔갑해 인천항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발(發) 항공점퍼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A업체는 17억4000
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투자 개념으로 자금을 지원했던 중소기업유통센터 또한 수수료 격으로 1400
만원가량의 이익을 거뒀다.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냐는 정 의원실 추궁에 중소
기업유통센터와 해당 홈쇼핑 측은 “항공점퍼가 북한 평양에서 만든 것인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홈쇼핑은 방송 직전 작성한 평가보고서에서 단둥시 C업체에 대해
“북한 작업자가 소요(작업)하고 있는 중소형 공장으로 제품 일부는 북한에서
봉제 작업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북한산 제품인 것을 홈쇼핑 측에서 사전
인지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