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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독설 방치, 레임덕인가 술수인가

조 쿠먼 2020. 11. 18. 07:37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추미애 장관이 국회에서 벌이는 언쟁은 너무 집요해서 국민을 아연실색 피곤

하게 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경제적 위기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 앞

에서 추 장관은 여과 없이 노골적으로 감정적 표현을 사사건건 내뱉고 있다.

 

최근 국회 예결위원장의 자제 권고에 대해 ‘친애하는 정성호 동지에게’라는

SNS 글에서 적반하장으로 국회를 질책하고 여당의 진영 논리를 폈다. 스스

로 지고의 사명으로 내세우는 검찰개혁은 간데없고 오직 정적을 섬멸하기

위해 치열한 권력투쟁만 하고 있다.

 

추 장관의 설전은 본말을 전도하고도 남을 만큼 독선적이어서 논쟁을 불필요

하게 격화시키고 정책적 담론을 실종시켰다. 결과적으로 검찰개혁은 ‘검찰 길

들이기’로 전락해 그 명분을 상실했다.

 

추 장관의 직무 수행도 오로지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는 데 집중돼 있다.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제한하는가 하면, 총장의 인사권 박탈 및 측근에

대한 좌천성 인사, 총장 가족 재수사, 총장의 특활비 감찰 등 법적·제도적으

로 가할 수 있는 모든 제재를 하고 있다.

 

심지어 윤 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의 ‘잠금 휴대전화’를 풀기 위해 위헌

소지가 다분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해제법 제정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맞서 윤 총장은 ‘법의 원칙’과 ‘국민의 검찰’을 내세운다. 검찰개혁이라

는 정부·여권의 논리에 대항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공정한 법 집행 논

리로 싸우는 가운데 윤 총장은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사퇴하고 정치하라’고 공개 비판한다. 물론 윤 총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임기를 마치려는 태세다. 국가 차원에서 이들의 권력

갈등은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 우선, 법무부와 검찰이 분열돼 공정한 법

집행과 질서 확립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정부의 다른 부서보다도 법질서 담당 부서의 혼란은 더 치명적이다. 국민은

결국 법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통성 차원에서 보면 윤 총장보다 추 장관이 훨씬 더 큰 부담이다.

 

관할 부서가 분열되고 장관이 리더십을 상실했는데 대통령이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 또한 매우 심상찮다.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에 있거나 다른 정치

적 계산이 있는 것이다. 추 장관이 여권의 투사 역할을 하는 것을 더 관망

하면서 윤 총장이 불명예 퇴진하기를 바랄 수도 있다.

 

이 경우 윤 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했던 대통령이 자가당착

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면할 수 있고 또 윤 총장이 정치적 영웅이 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

을 경우 더 큰 영웅이 될 것이다.

 

사실 윤 총장도 검찰개혁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윤 총장이

마치 개혁의 걸림돌처럼 묘사되는 것은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 이후다.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수사를 한다고 하여 반개혁주의자로 몰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이 정부의 시녀였던 권위주의 시절 권력을 남용하고 인권을 유린

했던 때를 회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양 당사자를 청와대로 불러 함께 진지하게 개혁을 논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통령이 무얼 원하는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