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쿠먼
2020. 12. 9. 07:11
정충신 문화일보 정치부 선임기자
지난 1일 추미애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에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몰각(沒却·아주 없애버림)했다”고 한 법원 판결은
직권남용 혐의의 ‘법무(法無)장관’ 불신임이나 다름없다.
‘불법·탈법·위법’이란 삼지창(三枝槍)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며 대한민
국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데도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죽하면
전국 검찰의 99.9%가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명령 재고를 촉구하며
반기를 들었을까.
앞으로 정권 입맛에 안 맞는 수사를 하면 검사들을 ‘직무배제·인사 불이
익·징계’의 3종 세트로 난도질하겠다는 협박에 검찰은 무릎 꿇지 않았다.
지난 4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추 장관 사퇴’ 응답은 44.3%로, 동반
사퇴까지 합치면 56.5%였다. 콘크리트 대통령 국정 지지율 40% 둑까지
무너지며 민심이 돌아섰다.
국민이 뒤늦게나마 검찰개혁을 빙자한 문재인 대통령 주연, 추 장관 조연
의 작전명 ‘윤석열 제거작전’의 실체를 눈치채 버렸기 때문이다. 개망신
주기, 식물총장 만들기도 모자라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집단 공세는
검찰개혁과는 무관하다.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받는 원전 수사, 울산시장 선거 등 권력형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끝이 권력 심장부로 향하지 못하게 하고, 선거 악영
향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었다.
손자병법 36계 중 제3계인 ‘차도살인(借刀殺人)’은 고도로 계산된 암수
(暗手)의 백미다. 암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법치·절차·공정성에 눈 질끈
감고, 살아 있는 권력에 덤비는 검찰에 칼을 휘두를 꼭두각시 악역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추 장관 지명 날짜는 지난해 12월 5일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 수색한 다음 날이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2일 취임과 동시에 윤석열 검찰에 대한 4차례 인사
대학살로 울산시장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등 정권 비위 수사를 담
당한 수사팀 지휘부를 공중분해했다. 친여 정치검찰이 장악한 정권비리
수사는 생매장됐다.
고양이에게 어물전 맡긴 격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직
무정지 조치를 한 11월 24일은, 원전 경제성 조작 수사와 관련, 대전지검
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보고서를 보내겠
다고 대검에 보고한 시점과 일치한다.
추 장관 임명과 윤 총장 직무정지 발표 역시 각각 지난 4·15총선,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5개월 앞둔 시점으로 일치한다.
수사지휘권 행사 및 직무정지 명령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위법·월권이 확
인됐다면, 법을 어긴 장관을 경질, 해임하는 건 대통령의 책무다.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내쫓고, 권력형 게이트 수사팀을 공중
분해시킨 명분으로 악용되는 검찰개혁은 가짜요, 대국민 사기극이다.
권력 비리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를 수사하는 검찰과 총장을 찍어누르고
말 잘 듣는 정치검찰을 앉혀 수사를 막을 이유가 없다. 법치와 헌법에 대한
무지막지한 테러와 권력 비리를 저지르는 데도 국민이 이를 용납한다면
대통령이 약속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권력 비리에서 자유로운
신귀족 계급과 독재의 나라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