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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추우면 거북이도 기절…美 텍사스 2500마리 구조

조 쿠먼 2021. 2. 18. 07:14

 

얼마나 추우면 거북이도 기절…美 텍사스 2500마리 구조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2.18 05:00

 

맹추위 속 미국 텍사스주의 섬 사우스 파드레 해안가에서 기절해 있는 바다 거북들.

[트위터 캡처]

 

미국 텍사스주의 섬 사우스 파드레 해안가 곳곳에 바다 거북의 모습이 보인다.

차가운 파도가 밀려와도 미동이 없어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거

북이들은 기절한 상태다. 기록적인 한파 탓이다.

 

美 국토 70% 눈, 25개주 한파경보

텍사스도 영하 22도…30년만 최저

마리를 포함해 이 섬에서만 2500마리의 바다 거북이

구조됐다고 더힐 등이 16일(현시시간) 보도했다.

한파로 기절한 바다 거북이들이 해안가에 떠밀려 와 있다. [트위터 캡처]

 

미국 중남부에는 며칠째 폭풍과 폭설을 동반한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평소

겨울에도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을 유지하던 텍사스주의 경우 30여년 만에

기온이 영하 18~22도까지 떨어졌다. 정전 사태와 인명 피해가 빈발하는 가

운데 추위에 약한 바다 거북도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거북이는 외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냉혈동물이다.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무기력해지고, 운동 능력이 떨어져 헤엄을 칠 수 없게 된다. 

겨울에도 따뜻한 텍사스주 앞바다가 거북이들의 주요 서식지가 된 이유다.

겨울에도 따뜻하기로 유명한 텍사스주의 기온이 영하 22도까지 떨어지면서

분수대도 얼어붙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이 곳에 30여년 만에 기록적인 한파가 닥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거북이 수백 마리가 기절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거북이들 중엔 멸종

위기종인 푸른 바다 거북(green sea turtle)도 포함돼 있었다.

 

온몸이 마비된 거북이들은 차가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다가 해안가로 밀려

오기도 했다. 보트에 부딪히거나 포식자에게 먹힐 위험도 큰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된 구조대가 섬으로 달려갔다.

 

봉사자들은 거북이들을 자가용이나 보트에 실어 따뜻한 보호시설로 옮겼다.

이동 중에도 거북이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자동차 뒷좌석에 따뜻한 담요를 깔

았다. 한 자원 봉사자는 "보트로 이틀 동안 거북이 185마리를 구조했다"고

말했다. 거북이들은 현재 보호 시설에서 봉사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회복

중에 있다.

구조된 텍사스주의 거북들이 담요가 깔린 자동차에 실려 보호소로

향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보호시설로 옮겨진 거북들. [트위터 캡처]

 

미 기상청은 맹추위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강추위로 15일 텍사스주를 포함한 25개주에 한파 경보가 발령됐다. 25개

주 지역 주민은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억5000만 명에 달한다.

15일 미국 일리노이에서 한 남성의 턱수염에 고드름이 맺혔다. [AP=연합뉴스]

 

16일 폭설이 내린 미 일리노이의 공원에서 시민이 스키로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 전 국토의 70%에 눈이 내렸고, 앨라배마·오클라호마·켄터키·텍사스 등

7개주는 비상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발전 시설이 멈춰 18개주 550만 가구

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정전 사태도 발생했다고 CNN은 전했다.

 

정전으로 벽난로를 켜다 난 화재로 할머니와 아이들이 숨지는 등 이번 강추

위 사태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20여 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에 있다고 보고 있다.

 

북극 바다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강한 고기압 소용돌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북극 찬 공기가 남쪽으로 더 내려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