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쿠먼
2021. 3. 10. 06:48
文대통령이 문제다
김세동 문화일보 전국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당·정·청 고위인사 20여 명을 대동하고 부산 가덕도 앞바다에서 순시선에
올라 신공항 추진을 강권한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정권이 앞장서 관권·금권선거
를 해치우던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연상시키는 엽기적인 풍경이었다.
문 대통령은 부산까지 따라온(혹은 끌려온) 국토교통부 장관을 콕 집어 “책임감
을 가지라”고 채근했다. 안정성·경제성 문제점을 지적해 온 국토부를 질책하며
위법성에 개의치 말고 밀어붙이라는 주문인데, 너무 노골적으로 거칠고 당당해
마땅히 할 일을 하는 것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작업이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검찰을 헛껍데기로 만드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곤란하고 민감한 사안
에서 침묵하거나 모호한 표현을 하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11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4월 7일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레임덕이 산사태처럼 닥쳐올 게 명약관화한 만큼, 무슨
무리한 수를 쓰든 이기고 보자는 계산이 문 대통령의 머리에 들어선 것 아닌가 싶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포함한 4·7 재보궐선거 비용은 선관위가 집계한 932억 원이
아니다. 실제로는 50조 원 가까이 더 들어간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국토부 계산
으로 최대 28조6000억 원이 소요된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 보고에서 1등을 한 김해공항 확장으로
갈 경우 4조 원 정도면 되는데, 위험하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 당시 밀양에 이어
꼴찌를 한 가덕도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돈이 많이 들어갈수록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더 쉬울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부산시민들의 표심이 가덕도 신공항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으로 드러나는 등 여권의 매표행위가 먹혀들지 않고 있다.
4월 7일 직전에 뿌려질 4차 재난지원금 19조5000억 원은 61년 전의 3·15 부정선거
를 민망하게 할 금권선거나 다름없다. 초기에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이었던
문 대통령은 최근 5차 지원금 지급도 언급했다.
코로나가 끝나면 전 국민에게 ‘으쌰으쌰 위로금’을 주겠다는데, 여당이 이러면 말려
야 할 대통령이 앞장서 이래도 되나 싶다. 지난해 4·15 국회의원 총선거 직전 살포한
1차 재난지원금 14조3000억 원이 여권 압승을 가져왔던 달콤한 기억을 잊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로금이라는 것도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입에 올릴 단어는 아니다. 신민들에게 왕이
하사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무슨 명분으로 국가 세금으로 위로금을 주겠다는 것인가.
지금껏 이재명 경기지사가 돈 뿌리는 데 있어 최고로 알려졌는데, 문 대통령이 몇 수
더 위에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저의 국민”이라고 했다. 봉건
시대엔 왕이 “짐의 백성”이라고 해도 되지만 민주국가에선 대통령의 국민은 없고
국민의 대통령이 있을 뿐이다. 최근의 행보를 보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민주
주의 개념부터 정리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