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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프리미엄

조 쿠먼 2021. 4. 19. 06:16

김치 프리미엄

이은우 동아일보 논설위원 2021-04-19 03:32

중소기업 사장 A 씨는 가상화폐로 큰돈을 벌었다. 그를 따라 투자해서

돈을 번 친구도 꽤 있다.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선견지명을 인정받는

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경우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선견지명

으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15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개 사진과 함께 ‘Doge Barking at

the Moon(달을 향해 짖는 도지)’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투자자들은 가

상화폐인 도지코인(Doge Coin) 값이 오를 것이란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17일 국내 도지코인 거래대금이 코스피 4월 하루 평균 거래액을

넘어섰다.

한국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몰려들자 한국에서만 더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생겼다. 비트코인 1개가 해외에서 6500만 원일 때

한국에선 76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런 차액을 노린 해외 송금도 급증했다. 싼값에 가상화폐를 사려고 해

외로 돈을 보내거나, 들여온 가상화폐를 비싸게 팔아서 남은 차익을 해

외로 보내는 자금들이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이어서 정부는 관련 송금을

거절하라고 은행에 공문을 보냈다.

젊은 세대의 가상화폐 열풍은 슬픈 투기로 볼 수도 있다. 일자리가 없어

30대 이하 약 750만 명이 구직을 포기했거나 그냥 쉬는 처지다. 암담한

현실에 로또 사듯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투자에 뛰어든 이들도 많다. 여기에

인터넷상의 확인 안 된 투자 성공담들이 불을 붙였다. 국내 가상화폐 투

자자는 올 들어 약 3배로 증가해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럴수록 김치

프리미엄은 유지되거나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15일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투

기 자산”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

장은 “가상화폐는 투기수단이며 결제수단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미국 코인베이스 상장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들이

다. 하지만 코인베이스는 상장 첫날 폭등하며 기업가치가 100조 원에

육박했다.

▷정부 경고에도 가상화폐 투자가 줄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 잡은 건 세계

적인 현상이다. 자산의 일부를 가상화폐로 보유하는 자산 배분을 고려

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묻지 마 투자’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울뿐더러 나쁜 투자 습관만

생길 수 있다. 한 자릿수 수익률은 눈에 차지 않고, 이곳저곳 빌려서 ‘다

걸기’로 단기 투자를 하는 경우다. 이런 방식은 김치 프리미엄을 키워

외국인 좋은 일만 시킬 뿐이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