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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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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6. 06:43 카테고리 없음

[특파원 리포트] 총리와 기업인이 나눈 문자

파리=손진석 조선일보 특파원 2021.04.26 03:00

22일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AP 연합뉴스

대기업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저

희가 이번에 해외 공장을 줄인 만큼 국내로 생산시설을 들여오려는데

규제가 많아 버겁습니다.” 문 대통령이 답했다. “경제부총리한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라고 하고 결과를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는 걸 한국인들은 알고 있다. 설령 있었다고 해

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쇄도해 해명하느라 진땀 뺐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청소기로 성공을 거둔 기업인

제임스 다이슨이 보리스 존슨 총리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지난주

공개됐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에 영국 정부는 다이슨에 인공호흡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걸림돌이 있었다. 인공호흡기를 제작하려면 해외의

다이슨 직원들이 영국에 들어가 일해야 하고, 그러면 영국 내 근무 날짜

가 갑자기 늘어 소득세를 많이 내야 할 상황이었다.

다이슨은 존슨에게 문자를 보내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존슨은 “내가

내일 (이 문제를 직접) 고쳐주겠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문자로

답했다. 존슨은 나중에 “리시(재무장관)가 해결했다고 한다”며 확인

문자를 보냈다.

영국 좌파는 ‘재벌 특혜’라며 공격했다. 총리의 휴대전화 번호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형평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존

슨은 ‘뭐가 문제냐’며 정면으로 돌파한다. 그는 “총리로서 인공호흡기

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것을 했다. 사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문자 유출로 보안 문제가 불거지자 총리실 보좌진은 존슨에게 10년

넘은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바꿀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존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총리는 기업인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필요가 있

고 그건 모두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좌파가 공격하고 있지만 “총리가 일을 제대로 한다”는 반응도 꽤 있다.

존슨은 기업을 우대하고 자유 시장경제를 지키겠다는 원칙은 철저히

지킨다. 이 대목을 좌파가 아무리 공격하더라도 물러서지 않는다.

보수당 대표로서 우파 정당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데 눈치를 보거나 망설

이지 않는다. 그는 지난달 보수당 의원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우리 백신

정책이 성공한 것은 자본주의와 내 친구들의 탐욕 덕분”이라고 했다.

비공개 회의라 표현이 정제되지는 않았지만 솔직한 소신이 묻어났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좌파 진영은 손가락질을 해댔다. 하지만 평범한 영국인

들의 소셜미디어에는 “총리 말이 맞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는 백신에서 승부가 갈리고 있다. 서방 선진국 중에서도 시장

친화적인 미국·영국이 사회주의 기류가 강한 유럽 본토에 비해 백신의

개발과 접종에서 모두 앞서나간 건 우연이 아니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