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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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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1. 07:01 카테고리 없음

중국, ‘할 일 하고 할 말 하는 베트남’ 함부로 못 대한다

자신이 못 가진 카드 꿈꾸다 나라 그르치는 ‘夢想 외교’

북한·중국 앞에 서면 입 닫고 작아지는 한국 評判 걱정해야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고문 2021.05.01 03:20

코로나는 세계를 세 계급으로 나눴다. 최상위 계급은 백신을 여유

있게 확보해 집단면역의 길로 나가고 있다. 다음은 백신을 확보하

지는 못했지만 동맹과 우방의 도움으로 희망이 비치기 시작한

나라들이다.

최하위 국가들은 백신 제조 회사 앞에 목을 빼고 기다린다. 한국은

세계 최빈국(最貧國)들과 이 마지막 줄에 서 있다. 돈이 있고 없고

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지도부의 판단력 문제다.

‘강대국이 국제 공조를 외면하고 국경 봉쇄·백신 수출 통제·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各自圖生)만 꾀하고 있다’고 미국을 향해 핏대를

세워봐야 나라 꼴만 처량해진다. 이 판에 중국 치켜올리기를 끼워

넣은 것은 더 악수(惡手)다.

국가 지도자가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의 우선순위를 뒤집으면

나라의 기본 틀이 흔들린다.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국회를 다수당 독

재의 입법 기계로 타락시키고 선거의 감시자인 중앙선관위를 불공정

한 심판으로 만들어버렸다.

‘하고 싶은 것’ 앞에선 자제력(自制力)을 상실하는 정권이다. 검찰·공

수처·국가수사본부는 권력의 사병(私兵)이 되고 ‘하나회 출신’이 장악

한 법원은 정권의 방탄(防彈)조끼가 돼 버렸다.

비정상화된 국가 기간 조직을 정상화하려면 훗날 비정상적 조치가 불

가피해진다. ‘비정상의 악순환’이다. 국가 지도자의 핵심 요건으로 미

래를 내다보고 대비하는 선견력(先見力)을 꼽는다.

그러나 그건 1920년대 독일의 정치 혼란과 경제 파탄의 소용돌이를

보고 히틀러의 등장을 예측했던 처칠처럼 출중(出衆)한 리더에게나

바랄 수 있는 자질이다. 보통 지도자는 지나간 과거와 눈앞의 현재만

정확히 읽어도 합격이다.

그러려면 더 중요한 일을 위해서 덜 중요한 일을 뒤로 돌리는 균형 감

각이 필요하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얻어 쓴 빚과 오늘 잔칫상을

받으려고 끌어다 쓴 빚의 결과가 같을 순 없다. 코로나가 녹을 무렵엔

빚을 얻어 미래를 대비했던 경제와 빚으로 잔치를 벌였던 경제가 확연

히 갈릴 것이다.

국가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해선 안 될 것’을 가려야

나라 진로가 안전해진다. 현실을 현실대로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국제 관계에서 현실주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능숙하게 운용

함으로써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지혜다.

그런 뜻에서 현실주의 외교의 반대말은 이상주의 외교가 아니라 자신이

갖지 못한 카드를 꿈꾸다가 나라를 그르치는 ‘몽상(夢想) 외교’ ‘집착

(執着) 외교’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계승하라고

주문(注文)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