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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3. 06:08 카테고리 없음

[횡설수설/박중현] 개인 공매도

박중현 동아일보 논설위원 2021-05-03 03:02

올해 1월 20일은 세계 증시 역사에 남을 날이었다. ‘로빈후드’로 불리는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주가 하락에 베팅해 돈을 버는 헤지펀드 공

매도 세력을 혼내주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집중투자로 20달러 정도이던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주식이 1주 만에 483달러까지 급등했다.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손을 들었다. 자본시장의 골리앗을 작은 개미들이 쓰러뜨렸다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작년 3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한국 증시의 공매도가 오늘 재개된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시장

에서 판 다음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같은 주식을 사서 갚음으로써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작년 초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한국 등 12개국은 추가 하락을 우려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작년 말까지 10개국이 공매도를 다시 허용했고 남은

둘인 한국, 인도네시아 중 한국이 공매도를 먼저 재개한다.

▷‘공매도를 영원히 금지하자’고까지 주장한 동학개미들을 의식해 금융

당국은 거래 규모가 크고 충격에 강한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만 우

선 공매도를 시작했다.

코스피200은 종목 수로 코스피의 22%지만 시가총액으로는 88%나 된

다. 일부 종목의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겠지만 전체 증시의 충격은 제한

적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정보와 자금이 많은 외국인, 기관에만 유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던 공매도 투자판에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금융당국은 ‘개인 대주(주식대여)제도’를 고쳐 사전교육을 받은 개인도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는 6곳에서 17곳

으로, 수백억 원 수준이던 주식대여 규모도 2조400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1만3000여 명의 동학개미가 이미 사전교육을 받고 ‘출격 준비’를 마

쳤다. 신규 공매도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와 약정을 맺고 담보액을 넣은

뒤 60일간 주식을 빌릴 수 있다.

투자허용 한도는 처음엔 3000만 원이었다가 횟수와 거래금액이 쌓이면

7000만 원으로 늘었다가 이후 2년 더 거래를 계속하면 제한이 없어진다.

문제는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과 반대로 빌린 주식 값이 오르면 증권

사는 담보금 증액을 요구하고, 이를 못 맞추면 강제로 공매도가 청산된다

는 점이다.

따라서 일반 주식투자와 달리 공매도는 원금 전부를 날릴 수 있다. ‘투자는

자기책임’이란 금언을 새삼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로빈후드가 끌어올린

게임스톱 주가는 3개월이 지난 지금 최고 때의 36%로 떨어졌지만 미국

헤지펀드들은 1월에만 197억5000만 달러(약 22조 원)의 손해를 봤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