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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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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6. 06:23 카테고리 없음

정태수와 장영자 [횡설수설/송평인]

 

사망자 츠카이 콘스탄틴, 사망장소 에콰도르 ○○병원, 사망일시 2018년 12월

1일, 특이사항 연고자 없음…. 카자흐스탄에서 만든 가짜 신분이었기에 공식적

으로는 연고자는 없었다. 하나 실제로는 아들 정한근 씨가 임종을 지켰다.

 

한근 씨는 입관 당시 아버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검

찰에 제출했다. 시신의 얼굴이 신문에 실리는 일은 드물지만 그 사진은 그의 죽

음을 애도가 아니라 증명하기 위해서 신문에 실려야 했다.

▷정 씨는 에콰도르에서 1997년 한보 사태 당시 이미 도피한 아들 한근 씨와 함

께 유전사업을 벌이고 생일파티 사진까지 남기는 등 꽤 안락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95세의 장수를 누렸다니 그가 특별히 건강한 것인지, 검찰

이 쫓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한때 재계 서열 14위 그

룹을 이끌었던 사람이 84세의 나이에 해외로 도피해 언제 붙잡혀 송환될지 모른

다는 불안 속에 보낸 11년은 그 자체로 창살 없는 감옥이었을 것이다.

▷정 씨의 입관 당시 모습이 신문에 실린 날 1980년대 2000억 원대 어음 사기 사

건에 연루됐던 장영자 씨가 다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는 기사도 실렸다. 장 씨는

1982년부터 1993년까지 11년, 1994년에서 1998년까지 4년, 2001년에서 2015

년까지 14년 등 29년을 사기죄로 감옥에서 보냈다.

 

지난해 다시 사기 혐의로 구속됐고 징역 4년이 확정된다면 2022년까지 총 33년간

옥살이를 하게 된다.

▷숙대 메이퀸을 지낼 정도로 미모를 자랑했고 중앙정보부 차장을 지낸 남편 이철희

씨와 함께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행세했던 장 씨가 처음 옥살이를 할 때의 나이가

38세였다. 어느덧 75세가 됐다.

 

한때 ‘대도(大盜)’로 불렸던 조세형이 늙어서도 좀도둑질을 계속하며 도둑질의 굴레

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듯이 장 씨 역시 나이가 들어서도 사기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그녀의 진짜 불행인 듯하다.

▷정 씨의 뇌물은 통이 컸다. 뇌물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은 것에 놀랐다고 한다. 불법으로 쌓아올린 한보그룹이란 성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향하는 과정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장 씨가 ‘큰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집안이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

의 사돈 집안이라는 배경도 있었다. 돈으로 나라를 뒤흔들었던 두 사람의 노년이 한

마디로 탐욕무상(貪慾無常)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