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 해도 세금 1000억으로 월급 주는 官製 일자리
조선일보 [사설] 2019.08.12 03:18
정부는 지난해 '청년 TLO(기술이전 전담인력)' 제도를 도입해 각 대학에서
미취업 이공계 대학 졸업생을 교수 연구 보조 등 명목으로 고용하면 매월
150만원씩 월급을 지원해주고 있다.
작년 3330명, 올해는 4000명 졸업생이 6개월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돼 이
들 월급으로 1000억원 넘는 국민 세금이 쓰였다. 그런데 실태를 조사해보니
대학 측은 근태 관리는 물론 일을 제대로 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고, 졸업생들
은 PC방에서 게임하며 출근을 거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와 "돈 받기 미안할 정도"라는 말까지 졸업생 사이
에서 나돈다고 한다. 세금이 이렇게까지 탕진되고 있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지금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10%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25
%에 육박한 상태다.
청년들이 장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여
건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푼돈으로 고통
을 잠시 잊게 하는 모르핀 주사를 놓는 데 급급하다.
교실 전등 끄기, 태양광 패널 닦기 등 일자리 같지도 않은 가짜 일자리를 만들
어 세금을 펑펑 쓰더니 이제는 일 안 해도 월급 주는 희한한 일자리까지 만들어
낸다. TLO 참여자 수천 명은 정부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돼 청년 실업률을 실제
보다 낮춰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 눈가림 을 하겠다고 국민 세금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6개월간 월 50만원씩 지원하는 정부 지급 청년수당 지원 요
건을 더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동수당, 어르신수당, 청년수당, 창업수당 등
온갖 현금 살포 복지 경쟁이 지자체에서 난무해도 정부는 제동을 걸 생각조차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세금 퍼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1/20190811018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