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쇼 하지 말고 그냥 조국 임명하고 그 책임을 지라
조선일보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각종 의혹을 소명하겠다며 기자간
담회를 열었다. 야당이 가족 증인을 양보할 테니 청문회 날짜를 다시 잡자
고 했지만 민주당은 청문회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그가 자청한 기자간담회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기자는 아무 강제 수사권이
없다. 의혹 대상자가 "몰랐다"고 하면 더 추궁할 방법이 없다. 거짓말을 해
도 법적 책임도 없다.
조 후보자는 핵심 의혹에 대해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다. 딸의 병리학
논문 제1 저자 등재에 대해 "내가 봐도 이상하다"고 이 정권의 특징인 유체
이탈 화법을 썼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학교 선생님이 만든 프로그램에 참여
한 것뿐"이라고 했다.
논문 작성 과정도 몰랐다고 했다. 딸을 논문 제1 저자로 올려준 단국대 교수
아들이 조 후보자가 재직한 서울대 법대에서 인턴을 한 사실에 대해서도
"서로 모르고 연락한 적 없다"고 했다. 의대·법대 학부모들끼리 자녀에게
스펙을 주고받은 품앗이가 벌어졌는데 아버지가 몰랐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2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해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신청을 하거나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대 동창회 측으로부터 선정됐다고 전화 연락을 받았
을 뿐"이라고 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는 얘기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자신은 물론 처도 사모펀드 구성과 운영
에 대해 알 수가 없었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코링크라는 펀
드의 이름도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가족이 10억5000만원을 투자하고 전 재산보다 많은 액수를 투자 약정했는
데 하나도 몰랐다고 한다. 일반의 상식을 비웃는 이런 해명을 믿어야 하나.
강제 수사권이 없는 기자간담회는 말할 것도 없고 청문회조차 진실을 밝히
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핵심 증인이 나오지 않는 청문회는 변명만 듣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조 후보자가 이처럼 '나는 몰랐다'고 모든 의혹을
부인하는 상태에선 진실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서 가려질 수밖에 없
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3일 인사 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는 등 임명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조만간 '조국 임명 찬
성' 여론이 반대보다 높다는 여론조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핑계로 국회 청문회를 건너뛰고 임명 강행하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게 밀어붙일 생각이라면 이런 쇼로 국민의 부아를 돋우는 이유가 뭔가.
그냥 조국을 임명하고 그 책임을 지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2/2019090202445.html
[사설] ‘꼼수 간담회’로 조국 초법적 임명 강행하겠다는 건가
[중앙일보] 입력 2019.09.03 00:05
사상 유례 없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가 어제 국회에서
밤늦게까지 열렸다. 여권이 갑작스레 ‘꼼수 간담회’를 밀어붙이면서 법적
절차인 청문회를 무시한 채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의심은 커지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어제 오전 “아내·딸 등 가족 증인을 모두
양보할 테니 5일 후 청문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당초 2~3일 청문회 일
정을 잡았지만, 증인 채택 문제로 난항을 겪자 내 놓은 양보안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시기를 문제삼으며 이를 거부했다. 그런 후 청와대와 여당
은 전광석화처럼 간담회를 밀어붙였다. 민주당의 설명에 따르면 양보안을
거부한 직후 조 후보자가 이해찬 대표에 전화를 걸어 기자간담회를 요청했
고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이어 각 언론사 팀장들과 오후 1시 40분에 12분간의 사전 조정을 갖고 ‘오후
3시 30분 간담회 개최’를 전격 결정했다. 형식상 기자들과 협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일방적인 일정 통보에 가까웠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조 후보자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측면
지원했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여당 수석대변인(홍익표)은 직접 사회를 보며
조 후보자를 ‘보좌’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기자 간담회란 멍석을 깔아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려 했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간담회는 ‘조국 원맨 쇼’나 다름없었다. 조 후보자는 짧은 답변과 긴 설명을
섞어가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모친이 이사장인 웅동학원 관련 의
혹에 대해서는 한 질문에 10분 7초 동안 해명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국회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져 후보자가 장황하게 답변하기 어려운 국회 인사
청문회와 달리 답변자가 시간에 재량권을 갖는 기자회견의 속성을 노련하게
활용했다. 딸과 관련된 얘기를 할 때는 “남성 기자 둘이 밤 10시 심야에 혼자
사는 딸 아이 집 앞 오피스텔 문을 두드리고 있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대신 그는 핵심적인 의혹 제기에는 “모른다”로 시종일관했다. 자신의 딸이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의혹에 대해 “그 과정은 당시에는 상세히 알지
못했고 최근 검증과정에서 확인하게 됐다”고 피해갔다.
또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총동창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어떻게 선정됐는지는 모른다”고 했고, 사모펀드 투자 논란에 대해서도 역시
“애초에 사모펀드에 대해 몰랐다”고 답했다.
자료와 증인 출석 요구권이 있는 국회 청문회와 달리 기자 간담회는 의혹을
추궁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증인이 없으니 조 후보자가 “나는 몰랐다”고 하면 그만인 일방적 주장의 이
벤트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순방 중 전자결재를 통해 인사청문
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다. 사실상 추석 연휴 전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수순으로 보인다.
이날 꼼수 기자간담회에선 예상대로 국민이 주목하는 의혹은 하나도 규명
되지 않았다. 일방적 해명만 여과 없이 전달됐다. 법치국가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꼼수 간담회다.
여권이 이를 청문회에 버금가는 절차라 우기며 초법적 임명을 강행한다면
민심의 역풍 또한 전례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