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otice

Tag

2019. 9. 26. 06:17 카테고리 없음

‘꼰대(KKONDAE)’ [횡설수설/구자룡]

 

 

자랑스럽지 않은 한국말 한마디가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이 23일 페이스북에 ‘오늘의 단어’로 ‘꼰대’를 소개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란 뜻이라며 ‘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긴다’는 해설까지 달았다.

 

각국의 누리꾼이 자기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며 공감을 나타내는 댓

글을 줄줄이 달고 있다. ‘꼰대질’ 하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나 있나 보다. 중

국어에도 나이로 누른다는 뜻의 ‘이라오마이라오(倚老賣老)’, 영어에도

‘adultism’ 같은 유사 표현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꼰대스럽다’를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

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데가 있다’고 풀이한다. 유래가 확실치 않

은 ‘꼰대’는 잔소리 많은 부모 세대나 선생님을 주로 지칭하다 지금은 꼴불

견 직장 상사가 주요 타깃이다.

 

최신 해석으로는 나이, 성별, 계급 구분 없이 하는 말과 행동에 따라 적용돼

누구나 한순간에 꼰대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꼰대 감별법에 공통 체크 리스트가 있다. 상대가 나이가 적다 싶

으면 명령조다. 과거 고생한 얘기하다 ‘요즘 젊은 애들은 편해졌어’로 마무리

한다. 아랫사람이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면 심기가 불편하고, 주말 휴

일 근무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어와 축약어를 사용하면 언어를 파괴한다고 지적질한다. 자유롭게 말하라

해놓고 자신이 먼저 답을 제시하고, 의견에 반대한 후배는 두고두고 잊지 않

는다. 경험과 지혜가 담긴 말도 없지 않으나 충고가 간섭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듯하다.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꼰대’라는 말이 1960년대 초부터 등장한다. 1964년

‘중고등학생들이 부모를 가리키는 은어로 쓰는 좋지 않은 말이 있는데 암꼰대

와 수꼰대가 있다’고 보도했다.

 

1972년 초등학생이 쓰는 안 좋은 속어 특집에 ‘꼰대’는 5, 6학년 용어로 등장

한다. 1978년 연재소설 ‘옛날의 금잔디’에서는 어른이 꼬마를 꾸짖으며 “너

이런 짓 하는 거 엄마 아빠도 알고 계시니?” 하니까 “싫으면 그만두지 우리

꼰대는 왜 찾아”라고 한다. 사용 연령이 점차 내려간다.

▷‘구들(gudle)’ ‘온돌(ondol)’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등재됐고 ‘태권도’는

구령까지도 한국어가 만국 공통이다. 꼰대나 갑질 같은 말 말고 ‘케이팝’ ‘한

류’ ‘한글’ ‘강남스타일’ ‘BTS’처럼 한국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새 단

어들이 더 많이 등장해 세계무대에서 회자됐으면 좋겠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