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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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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5. 06:38 카테고리 없음

 

 

 

 

◆2019/12/12(목) 본능으로만 살 수 있는가 (591)

 

본능으로만 살 수 있는가

 

원시 시대가 문명의 시대로 옮겨온 것은 사실이 아닌가. 짐승을 잡거나 먹

이를 채집하여 배를 채우며 짝을 지어 아이를 낳아 기르면 원시 시대가 유

지 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존하는 일에만 만족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우리의 조상들은 집을 짓고 농사를 시작하면서 우선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였을 것이다. 그리고는 의사소통을 위해 문자를 만들어 그 자식들에

게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오늘의 문명 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감옥에 살아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먹고 사는 일만은 우선 보장이

된다. 행동의 자유는 없지만 책을 읽는 자유는 얼마든지 있다. 검열을 맡은

교도관이 도장만 찍어주면 그곳에 비치된 어떤 책이라도 가져다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웃기는 일도 가끔 생긴다. 베토벤이 모델이 되었다는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라는 10권으로 이루어진 장편 소설과 탈옥 이야기를 다룬 알렉

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책을 혼돈하여 열람이 불허하게

된 것이다.

 

나도 감옥에 있으면서 책을 많이 읽었지만, 새로운 시대가 감옥에서 책을 읽는

일밖에 없는 사람들의 힘으로 만들어 진다는 농담도 있다. 내가 젊었을 때 유명

한 전도자 해리 댓만 박사라는 미국 감리교회의 유명한 부흥사와 함께 서울 구

치소에 갔던 일이 있었다.

 

내가 통역을 맡았는데 죄수들을 모아 놓고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 다음

시대는 이곳에 모인 여러분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도둑질하고 거짓말하는

자들의 미래는 아니겠지만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의 미래가

되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김동길

 

 

◆2019/12/11(수) 꽃이냐, 방울떡이냐 (590)

 

꽃이냐, 방울떡이냐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식물 중에 단팥죽과 방울떡이 있었다. 방울떡의

본명은 당고인데, 대나무 꼬치에 동그랗게 빚어 만든 달콤한 떡을 끼어서

파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우리가 배운 일본 속담 하나가 “꽃보다 방울떡”이

었는데, 너무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라 방울떡을 꽃과 비교하는 그런 심

리상태가 괘씸하게 여겨졌다.

 

이 두 가지 일을 대등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보릿

고개라는 춘궁기를 겪어야 했던 매우 배고픈 백성이었다.

 

꽃과 떡을 비교할 생각조차 못하고 살던 시절이었다. 또 다시 경제가 말

이 아니라고 하긴 하지만, 한국의 옛날 선비들처럼 꽃을 사랑하고 꽃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국민이 된 것도 사실이다.

 

부대찌개도 먹고 족발도 먹고, 불고기도 좋아하게 된 것 뿐만 아니라 미식

가들도 나타나 제철 생선회를 즐길 줄 아는 국민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꽃

장사가 밥을 먹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니 이제는 일본인도 비웃을 만하

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낱말이 힘이 있어 보인다. 처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잘못된 권력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 확실해도 더 높은

잘못된 권력이 그걸 계속 두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주의란 밥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정치적 곡예는 아니다. 민주주의를 잃

으면 꽃도 없고 밥도 못 먹는 한심한 국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김동길

 

 

하나님은 무얼 하고 계신가?

 

머지않아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지 날이 올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지금 우리

앞에 절망밖에 없는 것 같지만 동지가 지나면서 해는 조금씩 길어지고 밤은

또한 조금씩 짧아진다.

 

거기에 우리는 희망을 걸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春水滿四澤(봄 물이 사방의

못에 가득하다)’을 틀림없이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내년 봄에 있을 총선거를 놓고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의 가슴에는

걱정이 태산 같다. 오늘의 대한민국 정권이 마땅히 가야할 그 길을 가지 않고

어쩌자고 주체사상에 찌든 철없는 인간들이 날뛰고 있는가?

 

 

“하나님, 우린 이러다 망하고 마는 것입니까?" 그런 기도가 연발되고 있다는 것

을 나도 잘 안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셔야 할 하나님이 그저 놀고 계시

는 하나님이 아니지 않은가?

 

 

국민의 눈에 띈 자유민주주의의 총지휘관은 이미 발탁되어 엄동설한에 옥외에서

8일간의 단식 투쟁을 마치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민중을 동원하여 한

자리에 모아 강력한 의사 표시를 하게 하는 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목사 한사람을 구하여 역사가 시작되고 처음 질서정연하게

민중을 동원 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셨다.

 

 

당국이 그 목사 하나만 잡아넣으면 끝날 것이라고 잘못 판단할런지 모르지만, 그

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와 비슷한 사람이 다섯 명이 더 나타날 것이고, 그 다섯을

다 잡아가면 그 다음에는 오십 명의 민중 운동가들이 탄생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놀고 계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기를 바란다.

 

 

김동길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