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초 겪은 건 曺國 아닌 국민과 法治다 |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
대통령이 조국(曺國) 교수가 지금까지 고초를 겪은 데 대해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한 말이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대통령이 조 교수가 고초를 겪었다고 한 표현도 쉽게 이해되지 않고, 그래서 마음의 큰 빚을 졌다는 말도 이해되지 않았다.
독립운동가가 고초를 겪었다면 모를까, 범죄 혐의자가 고초를 겪었다는 표 현은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대통령이 공적인 영역에서의 발언으로 특정인 에 대해 마음의 빚을 졌다는 사사로운 감정을 표현한 것도 매우 부적절하 다.
더구나 국회에서 몇몇 법안이 통과됐으니 이제 조 교수를 놓아 주자는 말도,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통과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개정 형사소 송법과 공수처 설치 관련 법 때문에 조 교수가 억울함을 당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검찰이 어떤 사건은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수사하지 않는 것이 수사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했다. A, B도 탈세했는데 왜 C 탈세범 만 수사하느냐는 치기어린 불평 같다.
수사기관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을 다 수사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나, 한정된 인적·물적 조건인 만큼 어차피 선택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역대 검찰이 하지 못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우선적으로 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게 아니라, 박수 갈채를 받을 일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사고는 수평적이고 탄력적인 사고가 아니라, 상 당히 수직적이고 경직된 것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인사 의견을 말하라고 한 데 대해 총장이 장관의 인사안(案)을 보자고 한 것이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한다는 것 이다. 검찰총장이 상위직인 법무부 장관에게 항명이라도 한 것처럼,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침해한 것처럼 여기고 있는 듯하다. 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외압 행사를 막고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2003년 당시의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의 상의 절차를 생략한 채 검찰 인사를 단행한 것이 논란이 돼 그해 말 국회에서 검찰개혁법안의 하나로 재석의원 만장일치 찬성으로 통과된 규정이다.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결코 수사권을 존중하는 인사권 행사로 보 이지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은 14일 회견 때 인사 프로세스를 거론하며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관심을 갖는 데는 어찌 보면 검찰의 자업자득이고 자승자박인 면도 없 지 않다. 그러나 정치권력도 개혁의 명분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검찰을 양산하고자 하는 욕심을 지양(止揚)해야 한다. 빚을 졌다고 했는데, 이때의 조국은 특정인이 아닌 우리 대한민국 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