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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1(토) 다시 어린이가 되어 (6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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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린이가 되어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눈을 뜨면서 이 캄캄한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는 생각에 처음 고독함을 느꼈다. 갑자기 어머니가 그리워 졌다.
나이 90이 넘고 팔다리에 힘을 잃어 그 누가 부축을 해 주어야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인지 어머니 손목을 잡고서야 걸어 다닐 수 있었던 두서너 살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을까.
이시까와 다쿠보쿠라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유명한 단가 시인이며 문학평론가가 있었다. 그는 가장 단명하고 가장 가난한 시인이었으 나 젊은이의 이상을 노래한 천재적인 시인이었다.
백석은 본명이 백기행이었는데 그가 이시카와의 시를 너무나도 좋아 하고 그를 존경하고 사랑한 나머지 이시카와(石川)에서 石을 따와 그의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
26세에 세상을 떠난 이시까와 다쿠보쿠는 그의 어머니를 끔찍이 사 랑하였다고 한다. 하루는 그가 장난삼아 “어머니를 업어 드릴께요” 라고 하며 어머니를 등에 업었다.
그런데 그동안 노쇠해져서 생각보다 너무나 가벼워진 어머니가 애처 로운 나머지 눈물이 앞을 가려 세 걸음을 걷지 못했다는 짧은 시를 남겼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꾸보꾸의 그 시가 생각나면서 나도 그 시인과 함께 울었다.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있다. 나이가 많 으면 다시 어린이가 되는지도 모른다. 교도소 독방에 있었을 때 에도 이렇게 외롭지는 않았건만.
김동길 |
◆2020/01/28(화) 4.15 총선을 생각한다 (6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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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생각한다
독재사회에서도 선거는 실시한다. 권력이 "찬성이냐", "반대냐" 양자택일을 요구하면서 선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선거라는 형식을 거치기는 하지만 독재자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억 지로 치루는 선거는 결코 선거가 아니다.
북한의 김일성은 평양에 인민 공화국을 세우면서 교회나 사회를 철저히 배격하였다. 내가 어렸을 때 평양에서 어머니를 따라 다 녔던 장대현 교회도 다 헐렸고 김화식 목사도 옥중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 들었다. 철저한 무신론의 나라를 하나 세운 것이다.
김일성의 어머니는 성이 '강'씨이고 이름이 '반석'인데 그것은 틀 림없이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었을 것이지만 그 아들 은 철저하게 종교를 배척하였다. 그때 시작된 1인 독재 체제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 반면 대한민국은 선거를 통해 수립되었고, 선거로 유지되는 이 른바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 ple"의 원칙을 고수하느라고 애를 쓰면서 부산 피난 시절에도 자 유당은 대통령 선거를 감행하였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대한민국의 권력은 선거를 통하여 구성되었던 건 사실이다. 4월 15일에 치러질 21대 국회의 원 선거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매우 중대한 선거이다.
오늘의 문재인 정권이 부정 선거, 부정 개표만 하지 않으면 이번 선 거에서 자유 민주주의가 대승을 거두게 될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광화문에 운집하는 이 나라 중산층의 뜨거운 열기를 보면서 4.15 총선을 나는 그렇게 내다보고 있다.
김동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