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사건에 대한 文 대통령 침묵은 피의자 묵비권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0.02.12 03:26
전국 377개 대학 6000여명 회원을 둔 교수 단체인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이 11일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
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성명에서 "편의적 정의가 아니라면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해 대
통령은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교수들은 "그러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의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묵비권을 행
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피의자로서의 묵비권은 대통령직
에서 내려온 다음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한변협회장 출신
을 포함한 변호사 500명이 울산 선거 공작에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이
냐고 공개 질의하면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사실이라면 탄핵돼야 한
다는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교수들과 변호사들은 지난해 9월 조국 사태 때도 시국 선언을 했다. 법
과 정의를 짓밟은 정권의 무법 행태에 대한 사회 각 분야의 집단적 요
구와 비판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직접 브리핑
하겠다"고 했다.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을 꼽으라면 우한
폐렴 사태와 함께 대통령 비서실 조직 8곳이 일사불란하게 개입한 것
으로 드러난 울산 선거 공작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40번 가까이 등장할 정도로 문
대통령이 사건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선거 공
작은 문 대통령이 '당선이 소원'이라고 한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벌인 것이고, 그 출마를 사실상 대통령이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고의로 딴청을 피우고 있다. 피의자가 묵비권
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이 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장관이 이날 검사들을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로 나누
겠다는 발표를 했다.
추 장관 말대로라면 앞으로 선거 공작 수사팀이 내린 결론을 기소팀
이 뒤집을 수도 있게 된다. 수사 검사들을 인사 학살하고,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더니, 이제는 수사 검사들이 기소와 재판에 관여할 수
없게 만들려고 한다.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 하수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1/20200211039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