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 비용 [횡설수설/이진영]
미국 마이애미에 사는 회사원 A 씨는 중국 출장에서 돌아와 열과
기침이 나자 혹시나 싶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왔는데 2주 후 3270달러(약 397만 원)짜리 청구서가
날아왔다.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인 그가 부담해야 하는 검사 비
용은 약 1400달러다.
▷A 씨가 한국에 있었다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중국
을 방문한 이력에 호흡기 질환 증상까지 있으니 100% 검사 대
상이다. 요즘은 중국 방문 기록이 없어도 의사의 소견서만 있으
면 된다.
무료 검사 대상이 아니면 16만 원을 내야 하지만 확진 판정을 받
으면 전액 돌려받는다. 진료비도 정부가 부담한다. 외국인의 검사
비와 진료비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본인 부담인 데다 검사 기준도 엄격하다. 중
국을 다녀왔거나 감염자와 접촉 후 발열 등의 증상이 있어야 한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중국에 간 적이 없는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
자 27일에야 중국에 더해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을 방문한 사
람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일본도 무료 검사 기준이 까다롭다. 중국 등에 다녀온 사람과 밀접
하게 접촉한 이력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 중 광역지자
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본인 부담 검사는 아예 없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초엔 본인 부담
검사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비용은 미정이다.
▷검사 기준의 차이는 검사 건수의 차이를 낳는다. 한국에선 28일
까지 7만8830건을 검사해 2337명의 환자를 찾아냈다. 미국은 445
건 검사에 14명 확진, 일본은 2058건 검사에 186명 확진이다
(미일 모두 크루즈선 탑승자 제외). 확진율을 비교하면 한국이 2.96
%로 가장 낮고 미국은 3.14%, 일본은 무려 9.03%다. 한국의 환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빠르게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
온다.
▷한국은 환자 수가 너무 많아 난리지만 미국과 일본은 너무 적다고
야단이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의식해 환자 수를 줄이려고 검사를
아예 틀어막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도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이 “감기보다 위험하지 않다”며 미온
적으로 대처하다 지역사회 확산을 방치할까 봐 걱정이다. 환자 수
650명으로 ‘유럽의 우한’이 돼버린 이탈리아에서는 검사를 너무 열
심히 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의 환자 수 급증은 방역 실패의 증거인 동시에 진단 기술의 결과
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방에서 입국 제한을 당하는 신세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진단 기술만큼은 평가받을지 모른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