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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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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4. 07:26 카테고리 없음

[만물상] 네 번째 함구령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 2020.06.24 03:18

 

 

정치권에선 수시로 함구령(緘口令)을 내린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이

말 저 말 말고 아예 입을 다물라는 것이다. 인사나 정책 보안을 지키

기 위해서도 함구령이 떨어진다.

 

비공개 의원총회장에서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는 장

면을 몰래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뜻밖에도 지시가 아주 구체적이었

다. 언론이 이런 질문을 해올 수 있는데 이렇게 답하라면서 예시 질문

과 모범 답안까지 제시했다.

 

그러고 "우리가 이런 얘기 한 것도 언론에 절대 얘기해선 안 된다"는

당부까지 덧붙였다. 과거 어떤 당대표는 함구령을 어긴 의원을 '촉새'로

규정했다.

 

"나불거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 경고를 전해 들은 주변 인사들은

"입이 봉해지는 게 아니라 아예 얼어붙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권력

자들은 아랫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제일 혐오하는 것이 인사 내용 발설이었다. 김이 빠진다는 것이다.

개각 내용 일부가 신문에 보도됐다고, 내정하고 통보한 장관을 바

꿔버리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2004년 17대 국회 다수당이자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의원들의 입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초선 108명이 각자 자기주장과 소신을 자유롭게

내세워 혼선을 일으키자 이들을 '108번뇌'로 부르기도 했다. 참다못한

다선 의원이 "군기를 잡겠다"고 하자 "물어뜯겠다"고 한 초선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압박 발언이 계속 나오자 이해찬

대표가 "윤 총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렸다. 그런

데 이 대표의 함구령은 총선 이후 벌써 네 번째다.

 

얼마 전 '윤미향 의원 의혹'에 대해 "개별 의견을 분출하지 말라"고 함

구령을 내렸다. 당론을 따르지 않은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하면서 그

문제에 입을 닫으라고 했다. 개헌 논의도 입에 올리지 말라고 했다.

 

"전체주의 정당이냐" "운동권 MT 같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 대표는 '108번뇌' 전철을 밟지 말자는 생각에 때마다 함

구령을 내리는 모양이다.

 

▶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이다. 그 책무의 본질은 '말하는 것'

이다 . 그래서 발언 내용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법적 보호도 받는다.

그런 민주당 의원들이 아무 권한도 없는 당대표의 함구령에 순응한다.

 

떠들다가 선생님이 '조용!' 하면 일제히 입을 닫는 초등생들을 보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이 망한 것은 함구령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리한 이념

형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독주, 폭주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걷고 있는 그 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4/2020062400040.html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