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6000만원 벌면, 양도세 800만원 낸다
[중앙일보] 2020.06.26 01:12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 거래로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면
개미투자자라 해도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는 한 종
목에 주식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만 양도소득세를 낸다.
이렇게 될 경우 주식 거래로 양도소득세를 내는 투자자가 현재 약 1만 명
에서 30만 명으로 늘어나고 세금이 2조1000억원 더 걷힌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정부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낮추기로 했다. 현행 0.25%인 증권
거래세를 2023년까지 0.15%포인트로 인하한다.
금융세제개편 3년 뒤 시행 추진
2000만원 넘는 양도차익에 세금
정부는 25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같은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정했다. 정부는 주식, 파생상품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종합소득·양도소득·퇴직소득과 별도로 분류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한다. 한 해 과세기간(1월 1일~12월 31일) 동안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서 보는 손익을 모두 합산해 과세한다.
손실은 3년 한도 내에서 이월 가능하다. 2022년 도입한다. 연 기준으로
합산 소득(과표 기준) 3억원까지 20%, 3억원 초과면 25%의 세금을 부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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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도소득의 경우 시장 파장을 고려해 그보다 1년 뒤인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에 합산해 과세한다.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에서 연 2000
만원을 공제한다. 해외주식·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의 소득은 하나로
묶어 연 250만원을 공제한다.
이렇게 되면 주식 거래 후 3000만원의 이익이 날 경우 200만원, 6000만
원이면 8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2000만원 초과분에 20%를 곱한
것이다.
정부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낮추기로 했다. 2023년이면 코스피·코스닥
주식 모두 거래금액에 0.15%의 세율을 적용한다. 주식 2000만원어치
를 팔았다면 3만원의 거래세가 부과된다.
거래세는 0.25%서 0.15%로 낮춰, 2000만원 주식 팔면 3만원 세금
정부는 주식 투자자의 상위 5% 수준인 30만 명이 세금을 더 내고 나머
지 570만 명이 세금을 덜 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도소득
세 과세로 늘어나는 세수만큼 증권거래세를 낮춘다는 것이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번 개편은 불합리한 금융 세제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며 증세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주식 투자자 상당수는 불만을
표출했다. 직장인 장모(38)씨는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던 지난
10여 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개인 비중이 늘고, 주가도 좀 오르니 세금
을 거둬 보겠다는 것이냐”며 “글로벌 스탠더드가 정책 방향이라면 거래
세를 완전히 없애야지, 이게 무슨 명분 없는 증세냐”고 반문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입장문에서 “국회와 정부 논의 과정에서 거래세 폐지,
대주주 과세 범위 확대, 장기 투자에 대한 우대 방안 등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여당에선 증권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공약이기도 하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면서 증권거래
세를 유지한다면 이중과세 문제가 생긴다”며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단
계적으로 인하한다고만 하고 폐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심새롬·황의영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