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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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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 06:13 카테고리 없음

대자보와 ‘웹자보’

 

박현수 조사팀장 phs2000@munhwa.com

 



1980년대만 해도 신문사 앞 게시판에는 속보를 알리는 대자보(大字報)가 종종 붙었다.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매직펜으로 휘갈긴 기사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읽었다. 대학가에도 대자보가 넘쳐났다.

 

언로가 막혔던 당시 대자보는 진실을 알리는 횃불이었다. 이젠 언론 자유가 확보되고, 페이스북 등 SNS가 생기면서 사실상 사라졌지만, 간간이 등장하는 대자보나 조직 내부의 특정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소자보’가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터

넷판 대자보인 ‘웹자보’도 생겨났다.

대자보는 원래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뉴스나 공지 사항

을 알리는 목적으로 써 붙였는데, 일종의 언론매체이자 저항수단이

다. 1950년대 중국 전역에서 여러 주체가 대중 선전용으로 써 붙인

벽보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도 조선 시대 이전부터 벽서(壁書)를 붙이는 일이 빈번

했다. 요즘 사극에서도 인적이 끊긴 시간에 혹시 누가 볼까 봐 급히

붙이고는 자리를 뜨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대학 캠퍼스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가 ‘건

조물 무단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대협 소속 20대 남성이 지난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독재 정권도 아닌데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에, 그것도

대학 측이 피해가 없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는데도 이

같은 판결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광고 전단을 붙이러 대학 캠퍼스에 들어간 영업사원

이나 산책 삼아 캠퍼스를 거닌 주민도 앞으로 무단침입죄로 처벌

받아야 하느냐는 항변이 나온다.

 

또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아닌 찬양하는 글을 붙였더라도 처벌

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민주

주의 대의에 배치된다. 변호인이 “현 정권 실세들 다수가 과거 전

대협 활동을 하면서 대자보를 붙였다.

 

그때 대자보를 붙인 것은 표현의 자유, 민주화 운동이고 현재 정부

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것은 건조물 침입죄인가?”라고 했다

는데, 당연한 항변이다.

대북 전단을 날린 탈북단체를 처벌하겠다고 하고, 5·18민주화운동

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해석에 반론을 제기하면 징역형에 처하겠

다는 법까지 발의됐다.

 

독재국가가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 이 정권에서 횡행한다.

군사정권 닮아가는 운동권 정권,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듯한

코드 법관들, 민주주의와 법치가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다.

 

posted by 조 쿠먼